퇴사 욕구 언제 가장 커질까? 퇴사 타이밍의 비밀

호기로운 퇴사생활 책 표지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 연휴가 지난 뒤 회사에 돌아온 당신. 어쩐지 무기력하고 일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지금 회사를 집어 치우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무의식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퇴사 타이밍의 비밀’과 같은 기사를 읽고 있다고? 사람인과 잡코리아 등 국내 취업관련 포털업체와 해외의 리서치 연구결과를 통해 사람들은 언제 퇴사하는지 알아본 결과(축하한다) 당신은 정상이다. 각종 통계를 바탕으로 퇴사 타이밍의 비밀을 알아보도록 하자.

퇴사를 속삭이는 악마(또는 천사)는 입사기념일마다 찾아온다.

언제 퇴사를 하고 싶어질까? 인사 소프트웨어 기업 엔텔로(Entelo-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이직 가능성이 높은 채용자를 걸러주는 프로그램을 만든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가 2015년 이직자 100만 명을 표본으로 사람들의 퇴사(이직) 시점에 대한 통계를 낸 적이 있다.

<미국 인사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엔텔로가 이직자 100만 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퇴사 시점. 입사일을 기준으로 만1년(12개월), 만2년(24개월), 만3년(36개월)이 되는 시점에 퇴사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텔로 블로그 인용.>

해당 통계에 따르면 직원들이 퇴사를 결정하는 시점은 입사 후 12개월을 채우는 시기(만 1년)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만 2년(24개월), 만 3년(36개월) 순으로 유독 입사기준일을 기점으로 퇴사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통계 결과를 보면 유독 1년 단위로 퇴사하려는 근로자가 급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느 그래프와는 달리 1년 마다 뾰족하게 수치가 솟아오르는 독특한 형태에 주목하도록 하자.

미국 인사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엔텔로가 이직자 100만 명을 표본으로 조사한 퇴사 시점. 입사일을 기준으로 만1년(12개월), 만2년(24개월), 만3년(36개월)이 되는 시점에 퇴사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텔로 블로그 인용.

이와 같은 통계가 공개되기 전까진 미국에선 만 4년차에 퇴사하려는 근로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한국의 채용업계에서도 만 3~5년차에 이직이 가장 활발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왜 이런 그래프가 아닐까? 입사 3~4년년차의 퇴사가 가장 많은 위와 같은 벨커브 곡선이 그려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입사일 기준으로 매년 퇴사 욕구가 갑작스레 튀어오르는 그래프가 그려진다.

즉 이전에는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만 4년차에 정점으로 향하는 벨커브곡선(정규분포그래프)이 그려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엔텔로 통계는 이와 같은 예상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엔텔로 통계는 한국에서도 최근 입사 1년차에 권태기를 가장 크게 겪고 퇴사도 많아진다는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어렵게 취업한 회사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경우로 풀이된다.

입사일을 기준으로 만 1, 2, 3년 되는 시점에 퇴사 고민이 심해지는 이유에 대해 잡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이직 시장에서 경력에 대한 평가 기준을 연간 단위로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회사에서 인정하는 경력 기준이 연간 단위로 끊어지기 때문이다. 구직자 입장에서도 12개월과 24개월, 36개월 등 연차가 쌓이고 이직시장에서 경력이 인정받는 시점에 퇴사 욕심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달리 말하면 소위 연차와 경력이 쌓일 때까진 직장생활이 더러워도 참는다는 분석인 셈이다.

공채가 없고 이직을 통해 몸값을 올려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서구권과 달리 한국에선 입사 후 1~2년 후 퇴직은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저 그래프만 보고 입사 1~2년차에 ‘남들도 다 하는 퇴사’라고 쉽게 여기는 것은 현명한 행동은 아니다. ‘이기는 취업’의 저자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는 “국내에서 경력직 이직을 고려한다면, 회사에선 실무를 가장 잘알고 움직이는 대리급(입사 3~5년차)을 가장 선호하는 만큼 이때까진 경력을 쌓아야 한다”며 “그 이전에 퇴사는 사실상 신입 공채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한국인은 명절이 지나면 퇴사 욕구 상승

한국 직장인에만 적용되는 독특한 퇴사 관련 패턴도 있다. 바로 명절이다. 국내 대표 취업포털인 사람인과 잡코리아는 명절 이후에 접속량이 폭증한다. 공고 시기가 정해져있는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와 달리 수시로 채용하는 경력직이나 중소기업 채용의 경우, 명절 후에 공고가 많아지는 편이기도 하다. 사람인HR 관계자는 “인사 관계자도 사람이다. 연휴 직전에 채용공고를 낼 경우 진행상황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채용 필요가 있더라도 명절 전 보다는 후에 내는 것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명절 직후엔 채용 수요도 늘어날 뿐더러 이직을 알아보는 활동도 활발해진다. 검색어의 상대적 비중을 통계로 분석한 네이버 트렌드를 통해 이를 확인해보자. 경력직 이직이 활발한 시기인 30대(만 30~39세)가 지난해 국내 대표 잡포털인 ‘사람인’과 ‘잡코리아’, ‘인크루트’라는 키워드를 얼마나 검색했는지 확인해보니

연휴 이후에 채용사이트를 찾는 검색량이 폭증하는 패턴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래프에선 또렷하게 3번의 침체기 뒤에 검색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상하반기 대기업 공채시즌 마감일 기준(주로 3월 말, 10월 말)에 검색수치가 높아지는 효과는 제외하고 봐야 수치가 제대로 읽힌다. 연휴 이후에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긴 휴식기간 동안 일과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면서 미래 구상을 한다는 대답일 것이다. 이는 그것대로 진실이겠으나 이와는 별개로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직시기를 명절 전후로 잡는 이유에 대해선 한 채용사이트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명절에 상여금을 지급하는 회사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여금까지 받고 그만두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근로자 입장에선 근로일수가 적은 달에 월급까지 받고 그만두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대기업 신입공채 또한 명절 이후에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입사 저연차(1~3년차)의 이직을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인의 일상을 다뤄서 화제가 된 웹툰 미생 142화에선 오상식 차장이 퇴사 결심을 내리고 아내와 상의를 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때 아내는 퇴사를 말리진 않지만 보너스가 나오는 시점까진 버티자고 말한다. 퇴사를 고려하는 직장인들은 상여금이 나오는 시점을 기준으로 퇴사를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설날 이후 퇴사를 생각하는 것은 조금 더 복잡하다. 인사이동과 연봉 협상이 2월쯤 마무리되는 회사도 적지 않다. 이에 실망한 직원들이 퇴사와 이직을 고민할 수 있다. 만약 직원을 붙잡아야 하는 회사라면 이와 같은 퇴사욕구 주기 패턴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스위스의 금융회사인 크레딧스위스의 경우 기업을 떠날 위험이 있는 직원에 대해 사내 채용 담당자가 조직 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알린다. 이와 같은 조치만으로도 재고용과 교육에 들어갈 비용 최대 1억 달러(약 1067억 원)을 절감했다는 자료가 있다. 국내 기업도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 설 연휴 전후에 실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생일과 동창회날도 퇴사 유혹이 상승하는 시기

하버드비즈니스리뷰 2016년 9월호에 따르면, 미국의 컨설팅기업 CEB이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 입사일과 더불어 현재 업무로 이동한 날 등 기념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퇴사유혹을 크게 받는 시기라고 밝히고 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40세나 50세처럼 나이의 앞자리수가 바뀌는 해 생일 직전에 구직활동이 12% 증가한다. 인생을 돌이키면서 앞으로의 항로에 대해서 고민이 그만큼 깊어지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동창회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도 퇴사와 이직 욕구를 키운다고 밝히고 있다. 동창회 이후엔 구직활동 증가율이 16%에 달한다.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과의 성취와 자신의 처지 등을 비교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알 수 있는 사실.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퇴사하려는 결심 등은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 보다는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업무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상대하기 힘든 상사나 주변과의 비교 때문에 퇴사를 결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타까운 사례지만 이는 지극히 개인사인 만큼 함부로 나무라거나 섣불리 말릴 일은 아니다. 다만, 인간은 의외로 분위기와 기분에 취약한 동물이라는 사실을 퇴사를 고민하는 시점에 되새길 필요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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