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 같은 소리하고 있네…“애자일 전도사도 애자일 버렸다”

스포티파이 로고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스포티파이는 애자일(Agile) 전략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스포티파이의 독특한 조직문화가 흔히 애자일 백서로 불리는 ‘Scaling Agile@Spotify’를 통해 널리 알려진 뒤에 회사의 명성도 더 커졌다.

당시 애자일백서에 담긴 조직문화 혁신 전략은 IT업계 뿐만 아니라 은행권 등 보수적인 기업문화에도 시사점을 던지면서, 확산돼 나갔다. 스포티파이식 애자일 전략은 전통적인 조직문화가 가진 경직성에서 탈피할 것을 추구하고, 동시에 실패와 실험을 용인하는 기업문화의 육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업문화를 옹호하는 논리로서 작동했다.

그러나 최근 스포티파이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전직 직원이 실제 스포티파이에선 애자일 백서를 폐기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프리랜서 IT 에디터인 제리미아 리는 스포티파이에서 근무한 이력을 토대로, 강한 어조로 스포티파이 애자일 백서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글을 써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모델은 회사 내부서조차 미래 이상향이었을 뿐이다. “스포티파이조차 스포티파이 모델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에 몸을 담았던 그의 주장이다.

제레미아 리 에디터는 스포티파이에서 2017년 입사 면접 당시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조직에서 일할 수 있어서 들떠 있었다. 그는 첫 면접 때부터 인사담당자에게 애자일 모델이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 물으며 파고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로부터 회사선 스포티파이 백서서 밝힌 애자일 모델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제레미아 리 에디터는 근무를 통해서도 스포티파이서 근무하면서 애자일 백서에서 언급된 이른바 스쿼드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포티파이의 백서 저자들조차 모든 업무에 스포티파이 모델을 적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며, 실제 백서 저자들과 애자일 코치들이 말한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질문을 향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왜 스포티파이 백서서 언급한 애자일 모델은 스포티파이서조차 쓰이지 못했나

애자일 모델 기초가 된 스포티파이 백서 개념 훑어보면

그는 스포티파이식 애자일 전략이 왜 실제 쓰이지 않았는지도 사내 구성원들의 의견 등을 취재해 종합했다. 이를 전달하기에 앞서 일단 스포티파이식 애자일 구상을 간략하게나마 우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스포티파이 백서는 흔히 말하는 애자일 전략의 기초가 전부 담긴 구상으로 평가받는다. 구성원들이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동시에 성장의 열망을 기초로 해서 회사의 성장을 아래서부터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가장 기초 단위는 스쿼드(Squed)다. 구성원은 6~12명 수준으로 작은 팀 수준에 불과하지만,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이 포함돼 완결된 성격을 가진 다기능성 소조직으로 흔히 일컬어진다. 장단기 미션에 따라 움직이는데, 특히 장기 미션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해선 회사 내 전문가로 성장하는 기반을 스쿼드 안에서 닦아나간다. 이때 특징이라면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비교적 유연하게 정해나간다는 점이다.

스쿼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확장된 개념이 바로 스쿼드를 업무 관련성에 따라 묶은 트라이브(Tribe)다. 두 개 이상의 트라이브를 연결하고 지원하는 이른바 동맹의 개념도 여기서 나온다. 트라이브 조직 내에서 파생되는 개념도 있다. 스쿼드가 각 기능별 조직을 통해 완결성을 갖춘다면, 각각의 스쿼드 내에서도 비슷한 직무와 다루는 기술 분야가 같은 조직원들의 모임 또한 장려된다.
    
이렇게 각각의 전문성을 중심으로 보이는 단위가 챕터(Chapter)다. 보통 챕터는 트라이브 안에서 조직된다. 챕터 리드가 사실상 각 직무 단위의 관리자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도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관심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자율적 커뮤니티 조직도 존재한다. 바로 길드(Guild)다. 업무 숙련도 향상을 위한 길드도 있지만, 한편으론 취향의 공동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작은 6~12명 정도의 분대 단위에서 시작해 차츰 확장해나가는 형태로 조직이 구성되고, 직렬로만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횡단하는 형태의 유연성을 갖춘 게 애자일 조직의 특징이다. 그리고 그 유연성은 많은 조직에 영감을 준 게 사실이다.

스포티파이가 만든 애자일 모델이 회사서 작동하지 않은 이유

제리미아 리는 크게 4가지 이유를 들어 스포티파이 모델의 실패를 진단한다. 스포티파이식 애자일 구조서 기능이나 직렬 보다는 각각의 팀 자체가 중심인 역할축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게 실제 제품을 내놓는 데 있어서 큰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게 에미리아 리의 진단이다.

마케팅이 먼저냐, 개발이 먼저냐? 우선순위 못 정하는 애자일 구조의 함정

애자일 조직은 마케팅 팀이나 개발 전략팀처럼 한 가지 기능만을 중심축에 놓지 않고, 전문성을 갖춘 구성원들로 교차적으로 구성된 팀(그게 스쿼드든 트라이브든) 을 기초단위에 놓는다. 설령 소규모 분대 규모의 작은 팀이 엔지니어 집단처럼 기능적으로 통일돼 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엔지니어로 이어진 스쿼드라 할지라도 엔지니어링 분야가 전체적으로 직렬로 연결돼 있는 것을 상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프로덕트 관리 등 기능간의 교차에서 의미를 찾는 게 애자일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구조적으로 각 기능별 대표성을 잃는다는 문제에 봉착한다. 팀안에서 유기적으로 대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개발과 엔지니어링, 마케팅 등 각 기능을 대표서 조율하는 장치를 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엔지니어링이나 디자인, 제품과 같은 것을 각각 책임지는 구조가 설정되지 않으면 갈등과 우선순위에 대한 조정이 불가능해진다. 기능적으로 자족화된 조직들이 아무리 만난다고한들 각 팀의 이해관계와 자기 입장만 반복해서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해하지 말자. 애자일 구조서도 기능을 직렬적으로 설정하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애자일 조직이 논리상 전통적인 조직이 그것을 당연히 여기듯이 상정하진 않는다는 점이 포인트다. 그러니까  각 개별 조직에 맞게끔 이를 튜닝하는 작업이 필수라는 의미다

다시 업무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다른 팀과 조율하는 데 있어서도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지적에 집중해보자. 애자일 조직에서 각 조직은 자신의 조직을 대표할 뿐, 그 이상의 기능에 대해서 대표성을 가지진 않는다. 스쿼드나 트라이브의 관리자라고 할지라도 제품 개발 과정에서 기능간 조율에 대해선 상당히 둔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스쿼드든 트라이브든 기능에 대한 대표성이 없는 조직은 총합으로서 제품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로 흐르게 된다는 리가 비판하는 애자일 구조의 약점이다.
  
요약하면 전통적으로 여겨져온 마케팅팀장, 기술팀장, 관리팀장 등 각 직렬별로 대표성을 가지고 조율해야 할 업무축이 가진 효율성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과 관리, 마케팅 등 각각의 영역을 책인지고 상대팀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절충안을 만들어내고, 각각의 실행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조가 돼야 제품 개발 과정에서 빚어지는 자연스러운 갈등들이 종합되면서 실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애자일 조직은 이러한 기능적 절충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자일 조직은 또한 각 조직별로 팀간의 갈등조정과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 관리에 있어서도 취약하다. 각 애자일 조직은 전문성을 중심으로 설정돼 있다보니, 각 대표성을 가지는 리더라고 하리라도 포괄적인 관리 역량과는 다소 무관하다. 조직간의 내부서의 갈등 관리 등 전통적으로 관리자에게 부여된 역할에 대해서 실제 리더들은 책임이 약할 수밖에 없다.

스타트업일수록 더 잘 맞는 애자일? 작은 회사는 자율성보다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

스타트업에서 민첩한 애자일 조직 구조가 더 잘 맞는다고 흔히 생각하기 쉽다. 작은 회사일수록 소규모 조직 구조의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은 조직과 회사일수록, 회사의 우선순위를 더 빠르게 재편해야 한다. 팀의 우선순위와 목표가 바뀔수록 중앙의 권한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다.
    
작은 조직간의 자율성에 의지한다는 애자일 구조는 결국 각각의 소규모 팀별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그런 식의 자율성은 빠르게 전략과 목표를 수정하는 작은 스타트업에선 지켜지기가 상당히 어렵다. 작은 회사의 목표와 전략을 정하는 원칙이 자율성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작은 회사일수록 대표의 리더십이다.
    
각각의 소조직으로 구성된 애자일 구조는 각각 팀이 총합으로서 성과를 어떻게 내느냐가 관건인데, 결국 이는 성과를 측정하느냐라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대두된다. 스타트업에선 이 또한 대표의 리더십에 의해 정의되는 게 일반적이다. 에미리아의 지적은 자율성에 가려진 리더십의 문제를 직시하라는 의미다. 모든 자율성은 책임을 동반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대표의 몫이기도 하다. 조직의 목표는 자율성 자체일 수 없으며, 성과를 증명해내는 책임이 주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협업은 역량이며 기술이다.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애자일 조직은 협업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회사가 직접 협업에 필요한 형식과 통로 등을 정해주지 않으면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 보통 주로 회사가 관리자를 통해서 해온 영역이다. 그러나 애자일 조직에선 이러한 기능이 주로 각 부문 전문가로 대체돼 있다보니,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취약할 수 있다.
    
보통 일반적인 조직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이뤄지는 팀별 회의를 떠올려보자. 무엇이 문제인지 먼저 정의가 이뤄진다. 그리고 비슷한 문제에 대해 그동안 회사가 어떻게 접근해왔는지 등을 기본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이해한 상태에서 회의가 진행된다. 회의를 누가 주재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고되는지 등도 모든 구성원들이 알고 있는 상태일 것이다. 즉 회사 내의 커뮤니케이션은 공통 이해가 깔려 있고 동시에 공통 규약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각각 자신의 소조직 자율성과 목표에 몰두하는 조직은 이러한 협업을 위한 공통적인 규약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회사가 각각의 조직별 성격과는 무관한 ‘공통의 규칙’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 실제 팀의 성과는 어떤 방식으로 평가받는지, 무엇이 중요하게 여겨지는지에 대한 공통 이해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게 협업이다. 협업은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협업은 학습이 필요한 기술이다. 각각의 조직이 자기일만 잘한다고 저절로 협업도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회사는 각 팀에게 협업을 위한 지식을 전달하고, 협업을 구성하기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애자일 용어부터 다들 떠받든다. 개념이 경직화됐다

스포티파이는 일반적으로 경영학에서 잘 쓰이지 않는 스쿼드, 트라이브, 길드와 같은 용어를 썼다. 다소 일반적인 용어지만 이를 경영 환경에 맞게 비틀어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기존에 회사 경영에선 잘 쓰이지 않는 용어를 가져온 덕분에 기업에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개념으로 애자일 전략이 각광받은 측면이 있다. 즉, 생경한 용어들을 쓴 덕분에 애자일 전략도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그러나 애자일 전략이 실제 작동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쉽게 말해 자율성이 높고, 다소 취약한 관리구조를 가진 교차기능적 조직(Cross-functional team)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개념 풀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제레미아 리의 설명이다. 오늘날 스포티파이 백서에서 소개된 스쿼드, 트라이브, 길드와 같은 용어는 이미 애자일 전략이라는 개념으로 확고하게 굳어져버렸는데, 이러한 용어들에 집착할 경우 회사나 조직에 애자일을 실제 적용했을 때 경직성만 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레미아 리는 애자일 전략을 비판하며 핵심을 이렇게 정리한다.
    
“회사가 시장에서 차별화하는 요소는 혁신이며, 회사 내부의 조직문화나 구조는 시장 차별화 포인트와는 또 다른 얘기다. 진짜 중요한 건 혁신을 통해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회사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다.”

조직문화를 바꾸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저절로 생산성을 담보하진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생산성은 누가 관장하는가. 대표, 팀장. 관리자 등등. 여전히 이들의 역할과 판단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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