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조4000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무너졌던 엠씨스퀘어 스토리

TVN인기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온 엠씨스퀘어 스터디. TVN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 엠씨스퀘어는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중반까지 수험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린 제품이다. 이 기기 개발사 대양이앤씨(현 지오엠씨)는 유가 증권시장에 상장해 전성기를 누리던 2000년대 초반엔 한때 기업가치가 1조 4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10년 상장폐지에 이를 무렵에 이는 14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효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요 사업 수익성이 떨어지고, 사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채를 끌어다 쓰고 사기까지 당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1990년대 최고의 마케팅으로 코스닥 대장주 자리에 올랐지만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금은 재기를 노린다.

엠씨스퀘어 지면 광고/온라인커뮤니티

돼지 피혁 무역업체가 교육 IT기기로 대박

지오엠씨의 모태는 1979년 설립된 대양합동이다. 돈피를 임가공한 피혁을 수출하던 업체였으나 1980년대 들면서 사업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인건비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던 사업이었으나 국내 인건비가 오를 무렵이었다.

엠씨스퀘어 초기 수입 제품. 마스터마인드에스프리. 현지선 명상용 제품이었으나 국내서 학습기기로 용도가 변해 대박을 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사업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국내 한 매체에서 진행한 창업자 인터뷰에 따르면, 이준욱 당시 대표와 아내 임영현 당시 이사(현 지오엠씨 대표)는 미국 돈피 바이어를 만나러 국내 한 호텔에 갔다가 당시 그 바이어가 이어폰을 끼고 단잠을 자는 모습을 봤다. 임 이사는 그가 어떻게 이렇게 잘 자는지 궁금했다. 무엇을 듣고 있느냐고 묻자, 그 바이어는 잠이 잘 오는 소리가 들리는 기계라고 소개했다. 그게 바로 미국 마인드플레이스사가 개발한  명상 기기 마스터마인드에스프리였다. 임 이사는 꽤 그게 사업 가능성이 높아보였다고. 부부가 신사업에 눈을 돌린 순간이었다.

임 이사는 그 당시 선경그룹에서 해외 업무만 4년간 경험을 했던 만큼 초반엔 이를 수입하는 방향을 택했다. 그러나 이내 자체 제작으로 사업 방향을 수정했다. 긴장을 풀어주는 릴렉스 기능 외에도 학습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아예 새로 개발키로 했다. 실제 이 제품 기능을 국산화한 제품이 엠씨스퀘어 스터디였다.

임 이사는 긴장완화 등 다른 잡다한 기능을 빼고 ‘집중력 향상’에만 초점을 맞추면 교육시장에서 통하리라고 봤다. 지금봐도 중소기업 마케팅으론 교과서적인 사례다. 기능이 주는 핵심 메시지를 간결하게 정리하고, 신문지면을 통해 성공 사례를 전달하는 ‘증언식’ 광고를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1990년대 초반엔 전자제품 회사들은 기기의 성능을 강조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이걸 “누구나 할 수 있다”로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1990년대 국내 한 신문지면에 실린 엠씨스퀘어 광고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사실 제품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관련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가 생소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는 등 당시에도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을 진정성 마케팅으로 돌파한 점도 흥미롭다. 바로 엠씨스퀘어로 성적이 오른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이를 다시 신문 지면으로 크게 공개하는 전략이었다. 학생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돕는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줬다.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정확히 공략했다. 제품을 사면 3개월간 대리점서 상담해준다는 것도 새로운 기기에 대한 생소함을 줄였다.

여기에 당시 연예인들을 채용하는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관행을 뒤집고, 바둑기사 등을 발탁해 집중력이라는 키워드만 뚝심있게 밀고 나갔다. 이를 바탕으로 1996년엔 단일 제품으로 200억 원을 돌파했고 이듬해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중소기업이 거둔 최고의 마케팅 성공사례다. 

신사업 실패와 사업 자금 확보 난항…결국 법정관리

IT버블 시기에 기업가치는 올랐다. 그러나 엠씨스퀘어 하나 밖엔 히트작이 없고, 제품 하나에 의존도가 높다는 게 늘 불안한 회사였다. 남편 이 회장은 이 시기에 여러 사업을 벌렸다.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했고, 고성능 안경인 HMD 등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신사업은 특별히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투자 손실만 입었다. 뇌파를 자극한다는 제품 작동 원리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었다.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엠씨스퀘어를 접목한 응용제품을 내놨지만 시장 반향은 미미했다. 2007년엔 남편 이 회장이 적자 경영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 물러나고 임 대표 단독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번 악화된 자금 상황은 쉽게 개선이 되지 않았다. 결국 2009년 사업 자금 확보 과정에서 사채를 빌어다 쓰면서 회사 경영은 급격히 휘청였다. 이때 사기를 당한 것도 결정적이었다. 당시 기록을 보면, 2009년 10월 50대 여성 조모 씨를 ‘경영지배인’으로 영입하면서 급하게 150억 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회사 경영과 자금에 관한 권한을 위임하는 조건이었다.

TVN인기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온 엠씨스퀘어 스터디. TVN

조씨는 150억 원을 회사 계좌로 입금했으나, 유상증자된 3000만주를 인수하고 그날 바로 150억 원을 다시 인출했다. 회사 통장에 돈을 넣었다가 바로 빼는 수법으로 자기 돈 들이지 않고 회사를 인수하는 ‘무자본 M&A’ 사기에 걸린 것이다. 지오엠씨는 조 씨와는 송사를 벌였으나, 이 과정에서 주가는 주당20원 까지 폭락했고 이 과정이 횡령으로 결론지어지면서 2010년 증시서 퇴출됐다. 기업가치는 14억 원으로 코스닥 대장주의 초라한 퇴장이었다. 상장폐지 당시엔 임 대표를 주축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였으나 시장의 신뢰가 떨어진 뒤였다. 

그 무렵 동시에 법정관리에 접어들면서 회사가 영영 잊혀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임 대표의 지휘 속에 2012년 중순 비교적 빠르게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의료기기 수입업으로 업종을 다각화해서 10억 원 대에서 적게나마 견실하게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엠씨스퀘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들어가서 이 역시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구원투수는 임 대표다.  임 대표는 현재 지오엠씨는 수면을 돕는 베개나 지원 기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엠씨스퀘어는 돌고돌아 수면 유도를 비롯한 명상용 기기였던 본래 용도에 더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22일 비즈리포트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사업 영역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코스닥 1세대 창업인으로서 자부심을 지키면서 회사를 성장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여전히 다양한 투자처와 협력업체를 찾으면서 협력을 논의중이라고도 했다. 반전을 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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