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없이 퇴사하면 망하기 십상이죠”…새로운 퇴사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 

“퇴사에 앞서 고민해볼 거리가 적지 않죠. 회사서 나오면 뭐가 남을지,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퇴사에 앞서 고민하는 게 우선예요. 회사 다닐 땐 소위 ‘명함빨’에 취해서 판단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김나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가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먼저 꺼내놓는 이야기다. 그녀가 진솔한 퇴사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건 본인의 경험과도 관련이 있어서다.
 
김 액셀러레이터는 2003년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과 JP모건 장외파생부 부장 등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하던 직장인이었다. 회사생활이 문득 덧없이 느껴져서 퇴사를 했지만, 자신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잘하는 것을 찾아서 결국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우린 모두 일이 싫은 게 아니라 성장하지 못하는 환경이 싫은 거예요.

김 액셀러레이터가 진단하는 퇴사 열풍의 진짜 의미다. 김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간 300명의 커리어 코칭을 진행하면서 퇴사와 경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엔 백영선 카카오임팩트 매니저, 원부연 작가 등과 더불어 퇴사 이야기를 나누는 ‘언젠가 퇴사 컨퍼런스’(17일 예정)를 준비하고 있다. 

 

퇴사에 앞서 필요한 준비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모임이다. 그녀에게 퇴사를 바라보는 요즘 직장인들의 시선과 어떤 준비가 실질적으로 필요한지 물었다.

♦ 삶 속에 일이 있다…퇴사 열풍 속 당신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 이유

Q. 좋은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조차 퇴사를 이야기합니다. 직장인들이 회사 생활에 다들 회의감을 느끼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A. 흔히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이야기하죠. 둘이 동등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라이프 안에 워크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워라밸이 아무리 좋은 회사에 다니더라도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결국 삶의 재미도 사라지죠. 일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데 삶이 즐겁기란 어려울 걸요.

 

선망하던 대기업에 진입하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회의감을 다시 품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아요. 회의감이 든다는 건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는 거예요. 그런 이들은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수밖에 없고, 이게 ‘퇴사 열풍’으로 나타난 거죠.

Q. 회사에서 재미를 찾는 게 가능할까요? 회사는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고, 누군가는 호통칠 거 같은데요.

A. 저 역시 회사가 모든 걸 충족시켜주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인생에서 보상이 중요하다면 그것을 좇아야 하고, 재미와 의미가 중요하다면 그걸 따라야겠죠. 자신한테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볼 필욘 있죠.

 

회사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다? 그건 재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 전문성을 갖추고 실력을 쌓는 과정도 재미일 수 있습니다. 내가 조직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 속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고요. 많은 회사가 그런 큰 그림을 잘 주진 않는 건 문제죠.

Q. 성장하지 못하는 환경이 문제다, 이렇게 들립니다.

내가 속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고민은 무엇이라고 이야길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대기업 직원분들과 이야기하다보면 꽤 놀라는 지점이 여기이기도 해요. 의외로 자신이 속한 시장에 대해서 둔감하거나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하더라고요. 부품처럼 일하고 있는 거죠. 그런 분들이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 때가 와요. 그때 드는 감정이 회의감이죠.

Q. 직원이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도 고민이겠군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엔 보상도 확실했으니까, 개개인의 근무의욕을 쉽게 올릴 수 있었죠. 조직이 개개인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도 괜찮았던 시기가 있었죠. 이젠 아닙니다. 일 잘하는 직원이 나가기 시작하니까 회사 입장에서도 고민거리가 된 거 같아요.

 

결국은 조직에서 느끼는 무력감이나 회의감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그게 갖춰지기가 쉽지 않은 거 같아요. 그러다보니 젊은 직장인들은 트레바리와 같은 바깥 모임을 찾아가게 되죠.

한국 기업이 외국계와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JP모건에 있을 땐 회사 안에서 멘토링과 역멘토링을 맺어주는데, 인사평가와 관련이 없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더군요. 그 과정에서 조직에 대한 신뢰도 가지게 되고 자신의 방향 설정도 할 수 있죠.

Q. 최근엔 퇴사를 준비하는 분들도 많아진 거죠?
그런 분들께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을 해주시나요.

바로 퇴사하진 말라고 말씀드려요. 회사 밖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작게라도 시작해볼 것을 조언드려요. 바로 사이드 프로젝트죠. 자신이 하는 일과 관련해서 어떤 반응이 오는지 먼저 살펴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는 거죠.

 

사례를 들면요. 웹툰작가를 꿈꾸면서 잘 나가는 회사를 박차고 나온 분이 계세요. 회사 자체는 명함빨 먹히는 큰 회사였는데 직무가 맞지 않아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런데 그분이 바로 퇴사를 하고 그림을 그릴 준비를 하시더라고요. 그분은 사실 카카오 브런치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봐도 좋았을 거예요.

전 퇴사가 무작정 좋다고 말씀 안 드려요. 퇴사가 유행이 되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밖에 나가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회사를 다니면서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려요.

Q. 결론은 퇴사도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퇴사에 앞서 일을 왜 하는지, 내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죠.

 

그리고 나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하죠. 제가 회사서 나와보니까, 한곳에서 오랫동안 운영하는 김밥천국이 얼마나 위대해 보이던지요. 그건 한자리에서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거든요. 밖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녜요. 회사를 나오기 전에 내가 밖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시뮬레이션 해봐야죠.

또한 성공하기 위해선 한 자리를 지난하게 밟아서 단단하게 만들어야 해요. 나가기 전에 경험할 수 있는 일들은 나가기 전에 경험해 보는 것이 좋죠.

bizreport

Read Previous

디지털 시대의 변화,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팔아라…오라클의 메시지

Read Next

스타트업의 마케팅, 어떻게 달라야 할까?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