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생존법>한경희 대표 인터뷰…”사기 배신 당하면서 배운 게 있죠”

자신의 사업 이야기를 풀어놓는 한경희 대표/비즈리포트

[비즈리포트] 이명섭 기자 =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의 여성 벤처 스토리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스팀청소기, 스팀다리미, 진동파운데이션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고, 여성 기업인으로서 신화를 써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이 가사 중에 나온 아이디어로 창업을 해 대박을 거둔 스토리. 여성 자수성가 스토리의 대표 사례로 일컬어졌다. 적어도 기업회생 절차를 밟기 전까진 말이다.

비즈리포트는 서울 구로구 한경희생활과학 본사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사업에서 쓴맛을 본 한 대표는 어떻게 재기를 계획하고 있을까.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익히 알려진 그녀의 스토리를 한번 돌이켜보자. 한 대표는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986년 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근무하는 등 사회적으로도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대학원 MBA를 마치고 1998년 한국에 돌아와 5급 공무원 특채시험에 합격해 교육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는 등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그녀는 IMF 외환위기 국면에서 그 안정된 공무원 생활을 버리고 창업에 나섰다. 가정주부 경험에서 우러난 사업 아이템으로, 여성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여성 벤처인 자수성가 신화로 이보다 더 극적일 순 없다.

첫 제품은 스팀청소기였다. 카펫을 쓰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청소기를 돌린 뒤 물걸레로 청소를 한 번 더 한다. 이게 불편했던 한 대표는 이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스팀청소기를 개발하고, 이건 된다고 생각했다. 안정된 일자리를 버리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폭탄선언이었지만 2000년대 초반 붐을 일으킨 TV홈쇼핑 바람을 타고 성공을 거둔다. 얼마나 잘 팔렸는지, 국내 한 TV홈쇼핑 업체의 ARS 주문 시스템을 마비시켰을 정도였다. 이후 내놓은 스팀다리미도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2005년 회사 매출은 1000억 원을 넘기면서 기업으로서 가치도 높아졌다. 2008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여성 기업인 50인’에 오르기도 했다. 정점이었다.

“한경희생활과학 제품이 들어간 가구만 1000만에 이릅니다.”

한 대표는 이렇게 회고했다. 성공신화를 달리던 한경희생활과학은 그러나 국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유럽 등 가전 메이커에서도 이내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력이 흐릿해졌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죽 제조기, 탄산수 제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 했는데, 히트작은 나오지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핵심 역량과 무관한 영역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게다가 제품 위탁 제조 과정에선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결국 2017년에 재무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으나, 이마저도 채권단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그해 말 법원에서 기업회생(법정관리) 인가를 받으면서 한경희 신화도 저무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경희생활과학은 예상보다 일찍 4개월만에 기업회생 절차를 조기 졸업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녀에게 실패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과 재도전의 각오 등을 들었다. 11일. 서울 구로구 한경희생활과학 본사에서였다.

사기 적지 않게 당했다…한경희의 회고

기업회생 절차를 마친지 이제 10개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회사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게 한 대표의 다짐이었다.

“초심을 잘 기억하려고 해요. 주부에게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이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고 했죠. 그런 게 저희 혁신DNA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잊고 나태했던 것은 아닌가 싶어요. 가정에 필요한 해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기업이 돼야겠죠.”

그녀에게 실패를 통해서 얻은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많은 인간 군상과 경험에 대해서 책을 통해서 간접경험은 많이 했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 직접 경험했어요. 사실 그런 일은 겪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텐데, 사기와 배신도 당했죠. 소설로만 읽던 이야기를 내가 직접 경험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던걸요. 제가 기업회생 절차 과정에서 다짐했던 게 있어요. 바로 암에 걸리지 않는 거였어요. 그만큼 스트레스도 극심했죠.”

사기와 배신에 대해서 한 대표에게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한 대표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은 뒤 말을 이었다. 

“저는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송사에 있어서도 오히려 제가 사기를 당했는데, 제가 피소되기도 하고요. 정말이지 사기 백과사전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많은 얘길 할 순 없지만, 몇 가지는 확실해요. 계약 관계 등을 꼼꼼하게 작성하고 확인해야 한다는 거예요. 많은 경우 저는 상대방의 호의를 믿는 편이었고, 느슨한 인간관계를 인정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변호사만큼이나 계약서를 꼼꼼히 봐요” 한 대표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당했다는 사기는 아마 상대의 호의라고 생각해 받아들인 것이 뒤늦게 문제가 되는 경우일 것이리라.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들. 그러나 사업하는 이에게는 치명타일 수 있다. 사실 회사나 개인이 잘 나갈 때 이러한 빈 틈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한창 잘 나갈 때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을 뿐.

책을 좋아하고, 이를 세상에 대한 간접경험이라고 추천하길 좋아하던 한 대표는 기업회생 과정에서 겪은 일에 대해서 “진짜 소설같은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은 직접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하던 일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어난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활로 찾겠다

한경희 대표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 있다. 최근 미투 운동을 보면서 여성 기업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있지 않을까. 여성 기업인이 흔하지 않던 시대, 한 대표가 겪은 어려움 등도 궁금했다.

“창업 관련 설명회에 나갔더니 남편은 어디 가고 ‘바지 사장’이 나왔냐고 말하는 게 흔한 일이었어요. 여성 기업인들이 분명 핸디캡이 있죠. 가장 큰 문제는 인맥 쌓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커요.”

한 대표는 “직접적인 제약이 있다기 보다는, 여성들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일이 적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성이 사회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하려고 하면 성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다고요. 그런 게 심리적인 위축으로 이어지죠.”

그런 면에서 한 대표는 미투 운동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대답했다. “여성 기업인들이 가진 위축된 심리를 털어낼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여성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되어갈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여성들이 사회에 많이 진출해야 경제에 활력이 돌고, 그럼 일자리도 많이 생겨나서 남성들에게도 도움이 돼요. 이를 왜 대결로만 바라보는지…안타깝죠.”

선배 기업인으로서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하라고 조언을 건넸다.

기업회생 절차를 마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한 대표는 “앞으로는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말했다. 수익이 나는 제품과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유통 채널도 새롭게 고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쵝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위생 관련 용품으로도 영역을 넓혀서 눈길을 끌고 있다.  보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쳐 재기를 노린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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