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도 절레절레’ 90년대 한국 광고들…불과 20여 년 전에도 이랬습니다

해태유업 광고 전단 사진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인식 수준 자체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적으로 보편적인 윤리 기준과 시각을 갖추고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도 활발하다. 최근의 시각으로 20~30년 전 한국 광고들을 들여다본다면 어떨까.

몇몇 광고에선 그 후진성에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반인륜적 범죄나 참혹한 사고 등을 광고 모티브로 사용했다. 자정능력과 윤리 기준은 턱없이 낮은데, 시장 자율화 바람이 불면서 눈길을 끌 수 있다면 무엇이든 광고 소재로 썼다. 지금의 시선에선 천인공노할 한국 광고들을 모아봤다.

502명이 죽은 삼풍백화점 참사 가지고 황당 카피 만든 우유회사

해태유업 엘리트고칼슘우유 광고(1995년)

1995년 9월부터 전국의 주요 일간지에 게재된 해태유업 ‘엘리트 고칼슘우유’ 광고 내용이다. 전국민에게 충격을 준 삼풍백화점 사고를 광고 소재로 삼았다는 점 때문에 오늘날에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의외로 당시엔 별다른 비판이나 지적이 없었다.

참고로 당시 해태유업은 우리가 흔히 아는 해태그룹과는 무관한 회사였다. 해태그룹은 해태유업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1989년 이를 전량 철회하고, 호남우유를 만들면서 해태유업 측에 해태라는 상표도 쓰지 말라며 법정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해태유업은 독립회사임에도 결국 해태라는 상표명을 지켰는데, 이는 두 회사에 모두 치명적인 악수가 됐다. 오늘날에도 해태그룹은 유업 측과는 무관한 회사임에도 부도덕한 광고를 한 회사로 부당하게 지탄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한편으론 해태유업 또한 해태그룹이 1997년 무너질 당시, 정작 해태와는 무관함에도  인식이 안 좋아지는 바람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해태유업은 결과적으로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2006년 결국 동원그룹에 인수됐다. 동원그룹의 종합식품회사인 동원에프앤비 사업으로 정리됐다.

“인류의 비극을 웃음거리로 만들다니” 독일 정부가 공식항의…한국의 히틀러 광고

엔토피아 CF – 엔돌핀껌의 새이름 편 (1997)

웃기지도 않고…. 엔토피아 광고 사진 캡처

1997년 오리온이 제일기획에 의뢰해 제작한 자사 껌 광고에 히틀러를 등장시켜 논란이 됐다. “히틀러가 이 껌을 씹으면서 웃을 수 있는 유머의 소유자였다면 2차대전과 같은 재앙은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공중파 TV에서 버젓이 나왔고, 국내선 별다른 비판을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엄중히 항의한 것은 독일 정부였다.

당시 독일대사관이 한국 정부에 공식 서신을 보내 광고 중단을 요청했다. 당시 서신은 “히틀러가 등장한 광고는 아직도 반인륜적인 범죄의 참상을 잊지 못하고 고통받는 희생자 가족들에게 불필요한 슬픔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홀로코스트 등으로 희생을 당한 사람들과 가족들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비판이기도 했다.

해당 항의 서신을 받은 것은 우리 정부 외교부(당시 외무부)였다. 외교부는 이를 광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공보처에 전달했고, 이후 실제 해당 광고는 중단됐다.

그러나 오리온(당시 회사명은 동양제과)는 광고중단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논란 당시 기사 등에 따르면, 광고를 중단한 것은 전략에 따른 것일 뿐 외부 요청에 응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사정에 따라선 광고를 재개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당시 오리온 측은 “독일대사관측이 광고의 취지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악마의 물건을 판 기업들…여전히 피해자 나오고 있어

최초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어디서 만든 것일까?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떠오를 법하지만, 실제로는 유공(현 SK케미칼)의 ‘가습기메이트’다. 옥시가 가장 큰 질타를 받았지만 한국 기업인 SK캐미칼도 책임을 피해가기란 어려워 보인다.

1994년 11월16일자 매일경제는에 유공 바이오텍 사업팀이 1년 동안 18억 원을 투자해 물에 첨가하면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완전 살균해주는 가습기메이트를 개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물때를 제거하는 제품은 있으나, 살균용 제품은 없다는 데 착안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이후 SK케미칼 측은 연기흡입을 전제로 만든 제품은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국회 등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것(피톤치드)을 흡입할 경우 인체를 공격 중인 각종 병원균들이 사멸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삼림욕 효과를 일으킵니다”와 “라벤더향은 화장품의 원료 및 향수로도 쓰이며 두통(해소)이나 신경안정제로도 사용됩니다”라는 내용이 확인되기도 했다. 가습기살균제를 물에 섞어 쓰게끔 유도하는 표현 문구로 풀이된다.

이후 옥시레킷벤키저 등이 가습기살균제 사업에 뛰어들면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시민단체 등이 추산하는 가습기살균제 사망자는 1386명 수준. 이중 정부가 인정한 사망 피해자는 237명이다. 관련 서류 등을 지금서 확인할 수 없이 피해 구제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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