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의 시대, 오프라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아마존 인사이드 제공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 판매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지는 벌써 오래된 얘기다.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그러하듯, 매대에서 물건을 파는 기존 방식은 인류가 물건을 처음 판매할 때 하던 방식과도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변화에 더디다. 그러나 온라인의 파도는 너무나도 높고 빠르게 몰아 치고 있다. 인터넷 마켓에서 물건을 사면 현관 앞까지 가져다주는 시대에 오프라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외국에선 온라인 유통채널의 강세를 두고 ‘아마존됐다(Amazoned)’라는 표현까지도 한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 영역에 아마존 등 온라인 오픈마켓이 진출하는 순간 사업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이 과감히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고민이다. 기존 인터넷 시장도 지나치게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 등은 국내서 온라인 오픈마켓과의 경쟁에서 자신만의 비교우위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친밀함이다. 

문화강좌, 맛집서 해답찾는 백화점…재미 찾아 떠도는 이들 잡아라

신세계백화점이 신세계아카데미(문화센터) 회원의 지난해 구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이들 회원들은 백화점에서 소비를 점차 늘리는 패턴이 나타났다. 2018년 2월에 분석한 결과, 동년 동기 대비한 매출이 20% 오른 것. 회원 중 구매고객 수도 전년보다 15% 증가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은 4.6%. 완만하게 증가했으나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는 고객들은 이보다 더 활발히 구매를 했다는 의미다. 백화점 입장에선 문화센터를 찾는 고객이 VIP인 셈이다.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방문횟수의 차이가 결정적이다. 보통 일반적인 고객들은 한 달 평균 1.2회 백화점을 찾았다. 반면 신세계아카데미 회원들은 월평균 약 8회를 방문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백화점을 찾는 것이다. 하루 평균 백화점 방문 시간이 6.4시간으로 일반 고객(2.2시간)보다 3배 가까이로 높은 점도 특징이다.

방문 차이는 평균 구매 금액 차이로 이어진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생 1인의 지난해 평균 구매 금액은 363만 원이다. 일반 고객은 한해 약 100만 원 정도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배를 넘는 금액이다. 백화점 방문시간과 매출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그려지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백화점은 문화센터 강좌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문화강좌가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수준에서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제 백화점 문화강좌를 기존의 주부 노래교실 수준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리, 음악 등 40대 주부를 대상으로 하던 강좌는 최근 들어 요가와 발레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남성들을 위한 취미강좌도 늘어나는 점이 특징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강남 지역 백화점을 중심으로 대학 수준의 인문학 강의까지 등장하는 추세다. 

백화점 안으로 발길을 끌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순간, 오프라인 채널은 온라인 채널이 가질 수 없는 강점을 가지게 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문화강좌 동기들끼리 친목을 형성하는 패턴을 보이다 보니, 이를 유지하기 위해 기존 단발성 강좌에서 이어듣는 연속 강의도 늘려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온라인 시대의 오프라인 생존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디지털시대에 서점은 되레 늘어난다…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연 이유

돈을 벌기는커녕 유지하기도 빠듯할 거 같은데 가게수가 최근 늘어나는 업종이 있다. 바로 서점이다. 동네서점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하는 퍼니플랜이 발표한 ‘2017 독립서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1년 이내 연 서점은 53개로 일주일에 하나씩 오프라인 서점이 생겨나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서점도 온라인 서점과의 경쟁에서 힘겹다고 하는 상황에선 의외의 현상이다. 

할인과 AI추천을 앞세운 온라인 서점 앞에서 무모한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아질까. 흔히 독립서점으로 불리는 이들 소규모 동네서점을 방문해보면 의외로 대형 온라인 서점이 하지 못하는 강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대부분은 10평도 안 되는 작은 규모인 경우가 많다. 서가와 카운터 사이가 가깝다 보니 책을 고르는 중에 서점 주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동네 단골과는 퇴근길에 종종 마주치기도 한다. 동네서점에서 독서모임 등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열고 커뮤니티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는 서점으로는 서울 노원구의 지구불시착이나 책인감, 서울 동대문구의 아무책방이나 대학로의 이음책방 등이다. 동네서점들은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커뮤니티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근엔 온라인 서점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알고리즘이 적용돼 책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지만, 이는 대화를 통해 동네서점 주인이 추천해 주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온라인 서점은 그동안 구매한 책의 패턴을 분석해 내가 지금껏 읽어 왔던 책과 비슷한 책을 권해 준다. 반면 서점 주인의 추천에는 의외성이 숨어 있다. 

서울 동대문구의 독립서점인 아무책방은 테이블을 마련하고 강연을 하거나 주인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출처 아무책방 SNS

아마존의 인공지능은 소설을 읽지 않는 이에겐 이를 권하지 않는다. 동네서점은? 주인장의 추천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뒤죽박죽일 가능성이 높다. AI를 선호할 것 같지만 인간은 의외성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오프라인이 가진 강점이다. 

한국만의 현상일까? 아니다. 미국서도 소형서점 모임인 미국서점협회 회원사는 1990년대 급감했으나 최근 수년간 다시 반등했다. 2015년엔 2227개로 2009년에 비해선 35%나 증가했다. 

아마존북스 출처 아마존

이와 같은 현상이 보이자 아마존은 서점 분야에선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바로 2015년 11월 시애틀에 연 아마존북스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유통업계 포식자가 오프라인 서점이 가진 강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오프라인 채널이 몰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수정되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의 아날로그의 감성은 온라인이 대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에서 오프라인 채널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다. 다음의 말을 음미할 만하다. 

우리는 상상력과 개념화 능력, 지적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결국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게 오감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는 육체적인 존재다. ―‘아날로그의 반격’(데이비드 색스·어크로스·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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