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선물 선호도 1위’ 상품권의 경제학…구두 상품권만 유독 더 싸게 파는 이유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 명절 선물 선호도 조사를 하면 최근엔 어김없이 1위가 상품권이다. 현금을 선호한다는 대답도 있지만, 이는 받는 사람 입장이다. 명절 선물을 보내는 입장에선 현금을 주면 성의가 없어 보일까 고민하기 마련이다. 선물 받는 사람의 선호도를 모를 경우에도 상품권은 가장 안전한 대안이기도 하다. 

20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백화점과 전통시장 등 유통 상품권 판매액은 연간  8조 원~9조 원 규모에 달한다. 현재 조폐공사에 인지세를 내지 않는 모바일 상품권 시장 규모까지 고려하면 연 상품권 시장 규모는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자료도 있다. 유통가에서 상품권 중 절반 가량은 명절 때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상품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해당 유통채널이 얼마나 강세와 약세를 보이는지 알려주는 가늠좌 역할을 하고 있다. 상품권 판매가격과 유통 흐름에 따라 시장을 해석할 수 있다.

상품권 민간 판매업체 사진/KBS 유튜브 방송화면

◇구두는 30% 할인, 백화점은 2% 천차만별 할인…에스콰이어 구두 상품권은 휴지조각

국내에서 상품권을 처음 선보인 시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이다.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에 있던미쓰코시백화점 경성점이 개점을 기념해 발행한 것이 최초다. 해방 후 자취를 감췄던 상품권은 1961년 설탕·조미료 교환권으로 재등장했다. 당시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장려했다.

1975년엔 되레 과소비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정부가 상품권 발행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약 20년 뒤인 1994년 상품권법 개정안이 발효되면서 상품권이 부활했다. 1999년 상품권법이 아예 폐지되면서, 발행한도(당시 10만원)도 사라졌다. 현재는 50만원권 등 고액권도 발행이 가능해졌다. 50만원의 고액 상품권은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942만장이 발행돼 이 기간 동안 총 5조 원 가량이 풀렸다는 게 조폐공사 측 설명이다.  

상품권의 대명사는 구두 상품권이다. 금강제화가 1976년 처음 내놨다, 정부가 상품권 발행을 중단한 시기였지만, 신발 치수를 알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물품 교환권 형태여서 유야무야 넘어갔고 이런 이유로 상품권 선물로서 가치가 커졌다. 백화점 상품권이 전체 상품권 규모 중 약 75%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품권의 대명사가 구두인 것은 이와 같은 오랜 역사 때문이다. 

금강제화 TV광고 화면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구두 상품권은 실제로 명절 선물 순위 1~2위를 다퉜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구두 상품권의 인기가 특히 높았던 1990년대 초반, 명절 빔으로 구두를 사러 몰린 사람들 때문에 구두 매장에선 보호선을 치고 인원을 통제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인파가 몰리면서 명동매장 유리창이 깨진 것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강제화 명동매장에서 하루 3000켤레씩 팔 때였다. 구두회사 매출의 70%가 상품권을 통해서 나올 정도로, 상품권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상품권법 개정 이후, 백화점 상품권의 위세에 밀려 구두 상품권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시들해졌다. 1994년 백화점상품권이 등장하며 구두 상품권 인기가 시들해지자 업체들은 10~20% 할인 판매했다. 이로 인해 제품 가치는 하락했고, 그럼에도 명절 상품권 판매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한때 구두 상품권의 가치는 한때 액면가 대비 5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엘칸토와 금강제화, 에스콰이어 등 업체 경쟁이 치열했던 것도 상품권 마케팅이 치열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상품권 가치를 업계에서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구두가 제대로 현금을 주고 사긴 아까운 제품처럼 여겨졌다. 제품 가격은 떨어지고, 상품권을 통해 사실상 상시 할인을 하는 형태로 업태가 변화했다. 한때 효자였던 상품권의 역습이었다. 

금강제화 광고모델로 활약한 박신혜 씨/금강제화

한때 상품권의 대명사였던 구두 상품권을 발행하는 곳은 주요업체 중에선 이제 금강제화 한곳 뿐이다. 2011년 이랜드는 엘칸토를 인수한 뒤, 구두상품권 할인율이 너무 높아 정가 개념이 없어진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상품권 발행을 전면 중단했다. 에스콰이어도 2013년부터 이를 발행하지 않는다. 에스콰이어는 패션업체 형지에 인수됐는데, 올해부터는 기존에 발행된 구두 상품권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상품권 시장의 최강자는 백화점 상품권이다. 명동 등 상품권 거래업소에서 구하더라도 2% 할인을 받기가 빠듯할 정도로 시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 이번 설 한 상품권 거래 업체는 10만 원 권 기준으로 롯데 상품권이 약 2%, 신세계와 현대상품권이 3%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구두 상품권은 약 30%대다. 

백화점 상품권 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상 현금처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품권의 가치는 취급하는 업체가 많을수록, 기업이 견실할수록 더 높아진다. 롯데백화점이 더 좋은 취급을 받는 것은 유커 등이 면세점(롯데, 신라에서 취급)에서 쓰는 용도로도 많이 사가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취급하는 업체가 적은 놀이공원의 할인율이 50%에 이르지만, 백화점만큼 쓰임새가 다양한 주유소와 마트 할인권 또한 할인율이 2~3% 남짓에 불과하다. 이처럼 상품권 시장과 가격은 수요ㆍ공급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기업들은 왜 상품권 판매에 목을 맬까?

기업들이 상품권을 발행해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선매효과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상품권을 팔면 먼저 돈을 들어온 뒤 실제 물품을 나중에 판다. 이자 수익 등이 추가로 발생하는 구조다. 구두 상품권이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주요 선물 상품권이라는 인식이 형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하다.  

위에서부터 신세계 상품권과 롯데 상품권/각 사

업계선 낙전수익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상품권 유효기간은 천차만별이고, 유효기간이 만약 지났다면 상법상 소멸시효는 발행 후 5년이다. 백화점의 낙점수익은 2000년대 중반에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당시 약 0.40~0.80% 수준이었다. 이러한 수치가 이어진다면, 낙전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최대 300억 원 대 수익이 예상된다. 짭짤한 수준이다. 낙전 수익이 5%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하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한편 상품권 시장이 활성화된 것과 관련해 탈세나 뇌물, 접대비, 비자금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상품권 구입 시 신원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현행 법규정 때문에 이른바 ‘꼬리표’가 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산 뒤 상품관 판매업체에서 현금으로 바꾸는 상품권 깡도 만연해 있다.

최근엔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정부가 도입한 온누리상품권을 10% 할인 받아 산 다음, 이를 바로 환전하는 이른바 깡을 통해 현금화한다는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상품권 구매가 제한된 상인들이 대행을 통해 이를 구입한 정황 등도 속속 나오고 있다. 상품권이 지하경제만 살찌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비판에도 상품권 발행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모바일 상품권 등 새로운 형태 상품권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 이처럼 상품권은 시장의 문법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한동안 더 성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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