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 차리겠다고 대기업 퇴사선언한 이 사람…”1인 창업도 생존법 있던데요”

책인감 이철재 대표

-퇴사 열풍의 한 단면…오픈 인큐베이터 역할 하는 동네 서점&카페
-1인 창업 노하우 담은 책 인기, 책 만든 동네서점 대표 만나보니 “퇴사 열풍 이유있다”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서울 노원구의 동네서점 책인감을 운영하는 이철재 대표(47)는 몇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대기업에서 영업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원이었다. 부장 승진을 앞둔 시점에 홀연 회사에 사표를 냈다.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오면서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도, 인식도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퇴사 후 그의 선택은 동네 서점과 카페 창업이었다. 책인감은 많은 이들에게 조금은 천천히 걸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20평 남짓 작은 서점이다.

그는 “수입은 회사 다닐 때보다 반토박 이상 더 떨어졌다”면서도 “많은 이들을 만나고 경험을 공유하는 작업에서 보람을 찾았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 다닐 때 체계적인 메모 습관이 몸에 뱄다는 이 대표. 창업 경험을 날마다 기록으로 적는 습관을 이어왔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엔 <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이라는 책을 냈다. 필명은 붉은 마왕. 예정 목표액 대비 300%에 가까운 모금액을 기록했다. 그에게 요즘 많은 이들이 1인 창업을 꿈꾸는 심리와 문제점, 창업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물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부터 털어놓았다.

잘 나가던 회사원…”퇴사 결정 쉽지 않았죠, 하지만 다들 심리 비슷할 걸요.”

이 대표가 동네서점을 차린 것은 2018년 1월. 18년이나 다니던 대기업을 돌연 그만두면서 자신이 살던 동네 근처에서 가게를 연 것이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더구나 부장 승진을 앞둔 시점이기도 했다. 워낙 대기업도 정년이 짧아졌다고 해도, 한동안은 더 버틸 수 있는 시점이었다.

대기업이라는 회사 시스템에서는 내가 몸담고 있는 부분에서만 일을 잘하면 됐죠. 하지만 1인 창업은 하나에서 열까지, 인테리어부터 회계까지 제가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다들 버거울 거라머 창업을 말리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그에겐 회사에선 찾지 못했던 비전이 있었다고. 회사에서 동료와 경쟁하고, 토론보다는 상명하복의 문화에 매몰되는 자신의 모습이 어느덧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 그는 더 이상 회사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1인 가게 운영에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게 됐다. 지금도 많은 회사원들이 퇴사를 꿈꾸는 이유와도 같다.

노원구 독립서점 책인감

그가 퇴사를 결심한 뒤로 제주도로 훌쩍 여행을 다녀왔다. 거기서 아기자기한 책방과 카페들을 보면서 이와 같은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은 더 커졌다. 물론 여기서 아무것도 없이 덜컥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데, 보다 조심스럽게 사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었다. 여기서 여느 퇴준생(퇴사준비생)과는 좀 다른 판단이 작용했다.

그는 책을 팔고 커피를 내리는 가게 운영 자체의 수익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히려 이와 같은 가게 운영을 바탕으로 강좌와 강연, 책을 쓰는 다양한 활동으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게 장기적으로 1인 기업 및 가게의 생존법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분들이 동네책방이 책 팔아서 얼마나 버느냐고 물어요. 책만 팔아선 월세 내기도 빠듯하죠. 그래서 최대한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합니다. 기획자여야죠.”

실제로 그의 서점 책인감은 해당 지역에서 다양한 강의와 모임 활동이 이뤄지는 일종의 오픈 인큐베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주말 오전엔 책쓰기 강좌가 열리고, 어느날 저녁엔 와인 시음회와 독서 토론, 엑셀 강좌 등이 열린다. 책방에서 책을 사기 위해 들렀던 손님이 강의목록을 보고 신청하는 게 일반적이다.

책인감 내부 모습

그가 책방 운영한지 1년을 조금 넘겼을 뿐인데 지역의 대표적인 모임 공간이 됐다. 책을 매개로 한 지역 내 커뮤니티가 생긴 것이다. 그는 많을 땐 일주일에 두 세개씩 모임을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엔 방송인 이원승 씨가 책인감에 들러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신간을 홍보하는 강의를 열기도 했다.

“제 첫 강의는 ‘전국 책방투어 이야기 그리고 책방(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의 강의였어요. 지난해 4월 26일. 책방 오픈 후 3개월 지난 시점이었죠. 작은 서점 강의에 19명이나 신청해서 놀랐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물론 회사 다닐 때만큼은 아니지만, 서점을 차릴 때 계획한대로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1인 창업 꿈꾸는 이를 위한 조언 “회계, 인테리어…어디 하나 사소한 문제는 없습니다.”

최근 들어 책방과 카페 운영을 꿈꾸며 도전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는 마케팅에 대한 뚜렷한 인식 없이는 섣불리 도전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가 1인 기업에서 강조하는 원칙은 무엇보다 차별화다.

“동네서점을 예로 들어볼까요. 이제 동네책방은 단순하게 종이책을 판매하는 공간으로만 운영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단행본으로 대변되는 일반 도서를 판매하는 경우, 대형 서점이나 지역의 중형서점에 비해 장서의 보유량이 적은 만큼 동네책방의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동네책방이 ‘그 책방’ 만의 독특한 큐레이션을 통해 독자의 관심을 끌 수도 있습니다.”

붉은 마왕이라는 필명으로 쓴 ‘1인 가게 운영의 모든 것’/클릭시 텀블벅 링크로 이동

예컨대 독립출판물만 취급하거나, 음악 관련 책만 취급하거나, 추리 소설만 전문으로 하거나, 문학 중심으로 운영하거나, 사진집 위주로 운영하거나, 시집으로 운영하는 등 다른 서점이 갖고 있지 않은 특색을 만들어서 틈새시장을 찾으라는 조언이다. 이런 독특한 큐레이션은 독자와 손님에게 ‘그’ 책방만의 특색을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꼭 독특한 주제의 큐레이션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중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책들이라도 이를 잘 정리해서 큐레이션 한다면 독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은 책 외에도 공간으로서 책방에 대한 관심도 많다. 작은 공간이지만 책이 주는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으로서 역할도 중요하다. 책이 있는 카페, 낮엔 서점 밤엔 바, 책이 있는 바, 공연이 있는 책방, 강연이 있는 책방 등 책을 소재로 다양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차별화는 창업 이전에 미리 치밀하게 기획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한편 그는 책방지기이자 카페 운영자로서 사업자 등록, 상표권 등록, 세무신고, 책 선택, 도매거래 등 하나하나에서 직접 해나가며 손실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회계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손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엔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지죠. 매상 관리 등을 공부하는 것도 필요해요. 부딪히면 다 된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보통 창업과 관련한 감성 에세이 등을 읽고 낭만과 환상을 품는 경우가 많은데,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bizreport

Read Previous

열악한 중소기업 복지, 공동 프로그램으로 숨통 틀 수 있을까…정부 “중기 복지 플랫폼 활용하세요”

Read Next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 분야 스타트업 모집”…기업당 최대 4500만 원 지원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