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컴퓨터의 망령에 사로잡힌 바디프랜드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지난해 상반기 IPO시장에서 바디프랜드의 상장계획 철회는 꽤나 큰 이슈가 됐다. 당시 한국거래소가 바디프랜드의 주권 상장예비심사에서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바디프랜드 내부적으론 상장 추진 과정의 부정적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바디프랜드는 논란을 의식한 듯 철회 결정 직후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상장 추진계획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디프랜드의 발목을 잡은 투명성 논란은 무엇일까. 대표 뒤에 실세가 따로 있다는 논란이 치명타였다. 이야기는 현주컴퓨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주컴퓨터의 대표모델인 아이프랜드 광고 사진(왼쪽)과 바디프랜드 광고 사진. 각사

현주컴퓨터의 몰락…바디프랜드 스토리와 어떻게 이어지나

바디프랜드의 역사를 알기 전에 현주컴퓨터의 흥망을 돌이켜보자. 현주컴퓨터는 한국 PC시장에서 중 가장 극적인 스토리를 가진 업체다. 

현주컴퓨터의 전신은 1989년 11월 창업자인 김대성 전 대표가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월 12만원에 임대한 작은 상가였다. 강원도 춘천 출신인 김 전 대표는 신구전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반도체 등을 거치고 자기 회사를 차렸다. 현주컴퓨터가 주로 공략한 곳은 PC동아리, 공대 등 대학시장이었다. 김 대표가 조립컴퓨터를 팔 당시만 해도, PC 구매자 대다수가 당시만 해도 공대생이었다. 그는 이점에 착안해 사업을 확장했다. 

TVCF

그는 직접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공대 학생회 , 컴퓨터 동아리 등을 돌며 가장 좋은 부품으로 만든 PC를 판다고 벽보 등을 붙여 알렸다. PC조립 마진도 다른 업체에 비해 절반 수준 가격만 받기로 해 대학생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1997년 말 외환위기엔 월 광고비를 5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늘리고 영업인력을 대거 확충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PC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 대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등을 직접 가르쳐주고, 흥정 등을 받아준 점도 주효했다. 여기에 1998년 정부가 주도한 국민PC 사업도 호재였다. 현주컴퓨터는 이에 발빠르게 참여해 성장했다.  

1998년 430억 원이던 매출은 2000년 3325억원으로 급격하게 뛰었다.2001년에는 코스닥에 입성하며 벤처신화의 대표격이 됐다. 하지만 국내 PC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하자 수익성은 나날이 악화됐다. 2002년부터 PC 수요가 급감하고, 적자가 불어날 때에도 현주컴퓨터는 코스닥 공모자금으로 사옥을 새로 지으면서 우려를 낳았다. 마케팅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들인 것도 빈축을 샀다. 당시 TV 광고를 포함해 연간 100억 원대 홍보마케팅 자금을 쏟아부었다. 노트북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덤벼들었는데, 이 시장은 당시만 해도 성장세가 더뎠다. 

김 대표는 PC사업 외에 상가분양 사업 등을 펼쳤으나 이 역시 실패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노조와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었다. 당시 한 경제지는 김 대표가 용산 시절 지인이나 친인척을 중심으로 팀장 조직을 꾸렸다고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적자가 나면 물러난다고 공언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아 노조의 반발은 더 커졌다. 사업 부진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임금삭감과 80명 인력감축을 단행하자, 신뢰 수준은 바닥을 쳤다. 

현주컴퓨터 김대성 창업자는 전문경영인으로 복귀를 타진하며 조선일보(2009년 11월 4일) 전면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지면 광고 사진

2003년 PC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히며, 노조를 견제했으나 오히려 이와 같은 섣부른 발언이 시장 신뢰 추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회사 매각 절차에 들어갔고, 당초 협력업체에 넘기겠다고 했다가 이를 철회하면서 또 한 번 빈축을 샀다. 우여곡절 끝에 현주컴퓨터를 인수한 게 바로 강웅철 현 바디프랜드 영업본부장이다. 현주컴퓨터의 마지막 사장으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창업자 김 대표는 현주컴퓨터 연수원을 짓겠다며 확보한 춘천의 한 부지에 리조트를 지으며 숙박 사업으로 전환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논란의 시작이었다.

바디프랜드 실세는 강웅철 본부장?…회장은 장모, 대표는 측근

당시 현주컴퓨터를 인수한 강 본부장은 어떤 인물일까. 그 무렵 컴퓨터 시장에서 영업통으로 불렸다. 그는 서울시립대 전산공학과를 전공하고, 1996년 한국와콤전자에서 전자부품 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도무지 잠이 없고, 강한 체력이 가장 큰 장점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새벽 5시 반에 회사에 출근해, 동료사원들의 영업일지 등을 훔쳐보며 업계 사정에 빨리 눈을 떴다고 한다. 

디오시스 사장 시절 강웅철 본부장. MBC뉴스.

입사 이듬해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컴퓨터 조립을 직접 집에 방문해서 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한우, 전유성 등 유명 연예인에게 회사 지분을 주는 조건으로 광고 모델로 활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해당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모니터업체인 삼보정보통신을 인수했고, 이후 현대멀티캡 등의 인수도 추진하는 등 사업 확장에 의욕을 보여왔다.

결국 강 대표가 40억 원을 주고 김 창업자의 지분을 인수해 현주컴퓨터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구원투수로 등장했지만, 그가 등장한 이후에도 현주컴퓨터는 2004년 하반기에도 적자를 기록하는 등 반등의 조짐을 보이지 못했다. 매출액도 194억 원으로 한때 3000억 원을 넘긴 기업이라는 점이 무색해졌다. 더구나 강 대표가 삼보정보통신 대표와 겸임하는 가운데, 현주컴퓨터가 강 본부장이 오너로 있는 디오시스를 위해서 19억 원의 채무보증 등을 서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현주컴퓨터 인수가 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시선도 있었다. 업계에선 삼보정보통신의 모니터 물량을 바탕으로 홈시어터 사업을 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마침 강 본부장은 현주컴퓨터에 몸담고 있던 2005년, 개인 이름으로 ‘바디프랜드’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등록하기도 했다. 현주컴퓨터는 2005년 4월 어음 24억 원을 막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코스닥 퇴출 등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결국 2007년엔 최종적으로 파산을 선고했는데,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혹했다는 논란이 적지 않았고, 강 본부장도 일정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현주컴퓨터 창업자와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현주컴퓨터가 최종 파산을 선언한 해엔 바디프랜드 창업이 이뤄졌다. 바디프랜드의 공식적인 창업주는 조경희 회장이다. 조 회장은 강 본부장의 장모다. 조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지 오래다. 경영을 총괄하는 박상현 대표는 현주컴퓨터의 재무책임자로 강 본부장과의 인연을 맺은 인물이다. 

여전히 업계선 바디프랜드의 실권자를 강 본부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최근엔 미국 현지 상표권을 영업본부장인 강웅철 사내이사 개인 명의로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업공개를 앞둔 바디프랜드의 대형 악재였다.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바디프랜드 전체 지분 중 40%는 강 본부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본부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는, 현주컴퓨터 부도 및 파산 과정에서 일었던 잡음 등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이 있다. 부도 사태 당시 관련된 책임 여부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시장 상황에서 전면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게다가 강 본부장은 현주컴퓨터 부도 당시에도 매각 및 회생 가능성을 알렸는데,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부도 수순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다. 부도 책임을 떠나서, 적어도 책임경영 측면에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강 본부장의 실세 논란에서 드러나듯, 바디프랜드는 지배 불투명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새해 들어서는 경영진이 직원들의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이유로 형사입건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의료기기를 연상시키는 표현 등을 써서 논란이 일었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기업공개 절차에 나서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미승인으로 체면까지 구겼다. 최근 불거진 기업 불투명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현주컴퓨터의 망령이 바디프랜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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