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산정 미루고 투자 유치 안 하는 스타업들…”스스로 크겠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비즈리포트] 이명섭 기자 = 국내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그동안 스타트업은 빨리 성장하고, 투자 유치를 많이 받아 성장하는 기업 형태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핑크퐁으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가 지난해 투자 제의를 모두 거절한 게 대표적이다. 지적재산권(IP) 가치를 가지고 성장하는 가운데 굳이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서 지분을 희석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극초기 기업도 투자 유치에 갸우뚱…지분 없으면 사업 힘들어진다 시각도

이처럼 유망 스타트업들이 지분 희석을 우려해 투자를 받지 않는 것이 트렌드가 되는 분위기다. 기업가치를 충분히 올린 다음에 투자 유치를 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한 패션 분야 스타트업은 지난해 3월 30억 원 투자를 받았다. 남성 의류 시장에서도 바버샵 등 오프라인샵과 연계된 추천 사업과 연계된 사업 모델이었는데, 비교적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췄을 뿐더러 접근법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아 높은 평가를 받게 된 업체였다.

투자처에선 당초 30억 원 보다 더 큰 규모로 투자를 해주겠다고 하는데도 대표는 더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추가적인 투자처의 제안도 뿌리쳤다. 당시 이 결정을 두고 내부서도 격론이 일었다고 한다. 극초기엔 사업을 키우는데 큰 투자를 유치해 인프라와 인력 등을 더 충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명 설득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작은 규모로 차근차근 성장하더라도 작은 규모로 받은 투자를 통해서 테스트는 충분히 해보는 수준만 유지키로 했다. 일단 신시장에 먼저 진입했다면, 또 오프라인과 네트워킹이 중심이 된 사업영역은 상대적으로 대기업이나 다른 자본이 바로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대표는 지분을 크게 확보하고 있어야 사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업계 동향을 알기 위해서 이른바 네트워킹이 더 중요했다고 말한다.

이 회사 대표 A씨는 “투자를 받은 것도 다름 아니라 좋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가진 VC와 관계맺기 성격도 강했다. 단순 자금 문제였다면 다른 방식으로라도 버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마저도 VC가 요구한 지분을 전부 넘기진 않았다. 흔히 초기 투자라고 불리는 시리즈A 단계에서 이렇게 하는 경우는 비교적 최근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VC 관계자 B씨는 “비교적 정부자금지원이나 대출 등 정책자금이 비교적 쉬워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유망한 스타트업인데 지분 확보는커녕 투자를 한다는 의견을 보내도 거절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난해 국내 창업 투자 규모는 정부와 민간을 합쳐서 4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창업 초기에 돈이 급한 경우는 영역이 뚜렷한 기술 스타트업의 경우엔 그리 많지 않다고. 이전엔 창업자 지분이 초기에 희석되면 경영권을 발휘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는 인식이 컸다.

국내 한 새벽배송 업체 C가 대표적이다. 많은 투자를 받으면서 어렵게 시장을 개척했지만 창업자 지분 비율이 낮아지면서 리더십에도 위기가 왔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결국 창업자가 해당 스타트업에 대한 매각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빠른 성장 가치 보다는 결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 인식 변화도

정부는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준비중이지만, 국회 통과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내 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는 “당분간 스스로 크겠다며 투자를 받지 않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변화는 불과 3~4년 전 흐름과도 크게 달라진 것이다. 이전엔 오히려 빠른 투자유치를 통해서 몸집을 불린 다음 추가 투자 유치를 받는 식으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했다가 뚜렷한 출구 없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시장 경쟁자 틈에서 별다른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 급성장한 커머스 시장에서 중간에서 끼어있는 어정쩡한 업체들이 대개 이런 경우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결국 경쟁력은 시장에서 나오는 만큼, 단순히 규모를 키우기 보다는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큰 시장에서 대기업과 함께 경쟁하는 구도를 그리기 보다는, 뚜렷하고도 영역이 확실한 시장에서의 우위를 가져가야 스타트업은 승산이 있다고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 투자 유치를 크게 받았다가 흔들리는 D사 사례가 스타트업계에선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취미시장을 파고들어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여러 투자처에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의 목적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이 지분을 쥔 뒤로 사업 결정에 있어서, 보다 시장성을 중시하는 결정을 내리라는 압박을 내리면서 이전과는 달리 재테크 등의 강의를 열면서 이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퇴색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투자 유치가 마냥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던 최근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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