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창업자들은 치킨집에 몰렸나..”낮은 초기창업 부담 때문, 막상 해보면 생각 달라질 것”

게티이미지뱅크

[비즈리포트] 이명섭 기자 = 국내 창업 시장에서 치킨집이 차지하는 위상은 독특하다. 우선 수부터가 외식시장에서 단일 메뉴로는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노다지라서? 아니다. 개별 매장당 매출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든다는 점에서 독특한 시장이다.

보통 퇴직자들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기도 하다. 재도전의 기회가 제한적인데도, 구태여 경쟁이 치열한 시장으로 뛰어들어 매출을 올리기 위해 과잉 노동으로 쏠린다는 점에서다. 어쩌다가 창업자들은 치킨집으로 몰리게 된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의 독특한 노동시장 환경과 사업 환경 등을 두루 이해해야 한다. 치킨집이 유독 많은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라는 의미다.

압도적인 창업수 1위 업종…경쟁 치열한데 알면서도 뛰어드는 이유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전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20만9000개였다. 이중 편의점이 4만1000개 19.8%, 한식이 2만9000개 14.0%, 치킨집이 2만5000개 12.0%에 달했다. 이중에서도 수익성이 가장 낮은 것은 치킨집으로 가맹점당 1년 매출액은 1억6900만원으로 12개 주요 프랜차이즈 업종 중 최하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냥 매출 수준은 낮고, 경쟁은 치열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매장수 최고, 매출 최악이라는 구체적 성적표를 가진 시장이다.

치킨집에 유독 창업자가 몰린 것은 우선 낮은 창업비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장정용 한국창업경제연구소 대표는 “특히배달치킨전문점은 홀에서 손님을 받지 않아 유동인구가 많고, 임대료가 높은 점포가 필요 없고, 배달 동선만 나오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 점포만 있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서 배달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러한 경향은 더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초기 진입 비용이 낮으므로, 오히려 리스크가 낮다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권리금이 있는 매장을 택할 이유도 없는 데다가 인테리어도 필요 없고, 매장 또한 굳이 넓을 필요가 없다. 주방공간만 확보된다면 5평에서도 충분히 창업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배달치킨전문점은 창업비용 2000~3000만 원 안팎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창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바로 ‘효율성’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치킨 단일메뉴여서 한식 등에 비해 조리법이 간단해 초기 창업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신의 기술을 살릴 수 없이 새로운 업종에 도전해야 하는 창업자라면, 문턱이 낮은 시장에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전형적으로 치킨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쉽게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창업한 뒤로는 고스란히 포화된 경쟁시장을 마주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최근엔 편의점 등도 치킨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는 매출 악화를 부르는 근본적 요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점포는 재료비를 본사로부터 구매하는 형식이어서 고정지출이 늘 있지만, 최근 들어선 배달료 등 인상요인이 겹쳐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서울 성북구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하는 김모 씨(52)는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해도 남는 돈은 한달 200만 원 남짓이고, 이마저도 배달은 내가 하고 아내가 치킨을 튀기는 조건에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비교적 시작이 쉬워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보면 상황은 녹록치 않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 늘어나는 기형적 구조가 원인 분석도

근본적으로 자영업자가 몰리는 시장 환경 자체가 문제라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한국 노동 시장은 전년도 기준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약 20%가 자영업에 몰리는 구조다.

이 비율의 OECD 평균 수치는 약 14% 안팎이다. 대체로 이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저소득 국가인 경우가 많다. 산업 구조를 길게 펼쳐놓고 보면 자영업은 결국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영역이기 떄문이다.

통계청 기준으로 전년도 자영업자 수는 약 570만 명 수준인데, 식당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일본조차 자영업자 수는 약 50만 명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비교적 선진국으로 분류되면서도 자영업자는 많은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기는 불안한데 특별한 기술이 없이 진입장벽이 낮은 쪽으로 몰리다보니, 주로 음식점과 소매점과 같은 영세 자영업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더 낮은 문턱이 바로 치킨집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기술 창업 보다는 영세민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자영업에 자금을 풀다보니, 이를 보고 들어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결국 한계기업이 퇴출되기는커녕 오히려 양산되는 구조가 한국 자영업이고 치킨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영업을 퇴출시키는 것만이 답도 아니다. 돌고돌면 문제는 자영업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빈약한 사회안전망과 기존 기술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는 창업 영역과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자영업 외에는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게 현 상황이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사실상 생계형 창업으로 몰리는 자영업자들을 묵인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에선 고용 유연성 확보가 해답이라는 의견도 나오는 가운데,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정책의지를 가지고 풀어야 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은 자영업자 지원책 외에는 다른 수가 보이지 않다보니, 단시간에 풀릴 수 있는 문제로도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생계형 자영업 창업은 당분간 더 이어질 수밖에 없고, 치킨집은 더 포화상태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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