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퇴사’를 꿈꾼다면 꼭 봐야 할 프로 이직러의 이력서

호기로운 퇴사생활 책 표지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 연말연시가 되면 올해를 돌아보고 앞으로 한 해 동안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운다. 모두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새롭게 다짐하며 희망과 바람을 담아 리스트를 적어보곤 할 것이다. 새해 계획으로 ‘목돈 마련’, ‘내 집 마련’ 등 현실적인 계획부터 직장인의 2대 허언이라는 ‘유튜브 할거다’ 또는 ‘퇴사 할거다’를 계획으로 적어 놓을 수도 있다.

허언이 아니라 진지하게 ‘이직’이나 ‘퇴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여러 차례 퇴사를 단행한 사람의 경험을 참고하면 어떨까? 마침, 15년간 10차례 퇴사를 단행한 한 평범치 않은 직장인이 자신의 퇴사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홍보 마케팅 분야에서 15년간 경력을 쌓고 지난 7월 무려 열 번째 퇴사를 하며 <호기로운 퇴사생활>이라는 책을 펴낸 민호기 작가를 만났다.

<호기로운 퇴사생활> 민호기 작가

“또 퇴사관련 책 한 권 나왔다고 생각하시는데,
제 책은 ‘퇴사해서 행복을 얻었다’, ‘진짜 인생을 위해 퇴사하자’
뭐 이런 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에요”

민호기 작가는 <호기로운 퇴사생활>을 쓰면서 ‘이제 퇴사 책은 유행이 지났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민 작가는 프롤로그에도 썼지만, 퇴사가 유행(?)하기 훨씬 전에 이미 예닐곱 번 퇴사를 해본 퇴사 선구자라고 했다. 퇴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지금은 많이 개선된 편이지만 불과 10년전만 해도 ‘사회부적응자’ 딱지가 붙는 시절이었다. 그런 그에게 유행 따라 퇴사 관련 책을 썼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실례 같았다. 더군다나 ‘퇴사하자’는 책도 아니란다.

Q 목차만 봐도 독특한 책이다. 이 책을 내게 된 계기는?
<호기로운 퇴사생활>의 부제는 ‘15년차 직장인의 열두 번째 회사를 위한 이력서’이다. 말 그대로 내 이력서를 책 한 권으로 엮었다. 워낙 다닌 회사가 많아 이력서나 경력 기술서도 분량이 꽤 된다. 하지만 이력서나 경력 기술서와 같은 양식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담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민호기’라는 사람을 좀 더 보여드리고 싶어서 책을 썼다. 이 책을 읽어보면 15년간 내 직장생활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이력서다. 그러니까 ‘회사를 다니지 말자’가 아니라 ‘회사를 다니고 싶다’는 책이다.

Q 퇴사사유로 적은 ‘너’는 누구인가?
연차가 낮을 때는 도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던 것 같다. 사회생활 3년차에 스스로 나약하다고 생각돼 고생을 사서해보고자 보험설계사가 되어 지점 최연소 월간 VIP도 받아보기도 했다. 학벌주의에 찌든 상사를 만나 한번 이겨보려고 브랜드, 마케팅, PR관련 지식을 강박적으로 습득하기도 해다.

그런데 연차가 차다 보니 조직이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 경우를 보게 되더라. 회사의 발전보다 개인의 안위를 우선하는 사람들 때문에 회사 내에 이상한 착취구조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리고 윤리적인 면에서 인정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책에서 ‘너’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을 열거했는데, 주위에서 ‘실제로 경험한 것이 맞냐’고 묻는다. 모두 실제로 경험한 내용이다. ‘너’는 쉽게 얘기하면 직장인들의 우스개 소리인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에 해당되는 바로 그 사람들이다. ‘꼰대’라고도 부른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특정 세대를 언급했는데, 사실 세대의 문제라기 보다 조직문화의 문제가 큰 것 같다. 선배들 중에 배울 점이 많은 선배들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고, 후배들 중에도 꼰대가 없는 것은 아니다.

Q 별명이 ‘프로 이직러’라고 들었다. 이직에도 프로가 있나?
내가 정말 싫어하는 별명이다. 정말 이직에 방해가 되는 별명이다. (웃음)

자신만의 커리어패스를 잘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이 정말 부럽다. 좋은 경험을 쌓고 발전하고 또 다른 자리에서 그 경험을 나누는 모습들이 누가 보기에도 모범적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 반대편에 있는 사람으로써 오히려 이해가 된다. 이런 분들이 ‘프로 이직러’라고 생각한다.
정년 보장도 해주지 않을 거면서 한 직장에 오래 다닌 사람을 찾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프로 이직러’는 아니다. 나와 같은 사람들은 흔히 생각하기에 인내심이 없고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일관성 없는 커리어패스는 기업 인사팀이나 헤드헌터에게 꽤나 부담이 되는 것 같다. 사실 기업에서 정년 보장도 해주지 않을 거면서 왜 한 직장에 오래 다닌 사람을 찾는지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된다.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중에는 상당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아직 자기 자리를 못 만났을 수도 있고, 인연을 못 만났을 수도 있다. 그들을 찾아내 조직으로 데려와야 한다. 점점 복잡해지고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는 이들의 경험을 잘 엮을 수 있는 조직이 살아남을 것이다.

Q 여러 차례 퇴사와 이직을 하면서 느낀점이 있다면?
채용 공고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 신입사원에게 10년차 수준의 역량을 기대하는 공고를 자주 본다. 내가 이제 15년차 되어 할 수 있게 된 것들을 5년차에게 요구하는 공고들도 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면 적응하고 학습할 시간을 줘야 한다. 자본이 회사를 키워내는 시스템에서 불거진 문제점이다. 그 자리에 꼭 맞는 기능을 갖춘 사람을 찾는다. 그러니 연차가 낮은 후배들이나 연차가 높은 선배들이나 모두 갈 회사가 없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Bridgewater Associates)의 레이 달리오는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서 맡게 될 첫 직책에 어울리는지만 평가하지 말고, 우리 회사에서 평생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인지 평가하라’고 했다. 기업들이 앞다투어 전문 채용팀을 운영하고 컬처팀을 운영하는데 정작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Q 퇴사 이후에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PR 전문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유망한 스타트업들의 PR을 담당하고 있다. 대행사 소속도 아니고 혼자 에이전트로 홍보를 해보니 기업에서 홍보업무를 하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기댈 곳이 없어서 스스로에게도 굉장한 도전정신을 불러 일으킨다.

스타트업 홍보를 하며 드는 생각은, 유망한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홍보인들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다. 언론에서는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 후에만 주목해주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알려질 기회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 정도만 회자되곤 하는데, 스타트업들의 참신한 노력들을 더욱 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좋은 홍보인들이 스타트업 홍보 문화를 잘 잡아가야 한다. 기사 대행 업체들을 통해 ‘돈 주면 기사 써준다’는 홍보와 언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스타트업 기업들이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Q <호기로운 퇴사생활>은 퇴사를 계획하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인가?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나 회사 차원에서 생각해볼 문제를 던져주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회사에 ‘또라이’나 ‘꼰대’들이 스스로 자각하고 노력한다면 퇴사를 고민하는 분들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회사원들이 누구 때문이 아니라 좋은 경험을 쌓고 본인의 발전을 위해서 퇴사를 하면 좋겠다.

또, 세대 간의 소통과 이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소위 나 같은 ‘낀 세대’의 역할에 대해서도 책 마지막에 적어두었다. 80년대 태어난 30대 직장인들이 선후배 사이에서 꽤나 고생하고 있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들의 역할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선배들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물려줬다면 우리는 이 법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세대 특성상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세대인 것 같다.

Q 그래서 취업할 건가?
봐서. 그래도 확실히 내가 다음 번에 취업할 회사는 그 자체로 꽤 괜찮은 회사 아니겠는가? (웃음)

<호기로운 퇴사생활> 중 ‘민호기 활용법’
민호기 작가는 그 동안 몸 담았던 모든 회사들에 대해 감사한다고 했다. 어떤 이유였던 본인을 알아봐주고 함께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고 한다. 더 좋은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회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민호기 작가에게 회사가 변화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참고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또는 ‘네가 대표까지 올라가 바꾸면 되지 않느냐’며 나무라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민호기 작가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대답했다.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민호기 작가는 향후 북토크 행사 등을 통해 독자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독자들의 의견을 듣고 유튜브를 비롯 다양한 활동을 계획할 예정이다. 모쪼록 민 작가의 책이 퇴사나 이직에 대해 고민하는 직장인들과 직장문화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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