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모르는 디자이너에게 71억원을 지급한 플랫폼

[비즈리포트] 김용후 기자 =

콘테스트에서 디자이너의 이름, 학력, 학벌, 성별, 나이, 경력보다는 디자인 자체로만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했더니 어느새 디자이너 10만명이 모인 플랫폼이 되어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는 대략 33만명 정도로 파악된다. 그 중의 3분의 1, 10만명이 넘는 디자이너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플랫폼이 있다. 이 곳에서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또 본업 외의 추가적인 수입도 얻을 수 있다. 바로 라우더스가 운영하는 디자인 콘테스트 플랫폼 <라우드소싱>이다.

라우더스 김승환 대표가 해외에서 공부하던 시절 크라우드소싱 열풍이 불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고유 영역에 적극적으로 외부 자원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일정 부분 보상을 제공했다. 각 분야에 성공 사례들이 속속 등장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99디자인(99designs)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김승환 대표는 직감적으로 ‘디자인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한국에 돌아와 ‘세상을 한번 다 같이 시끄럽게 해보자’는 의미로 라우더스를 설립했다. 디자인 콘테스트 플랫폼 라우드소싱은 그렇게 탄생했다.

라우드소싱에서는 디자인이 필요한 의뢰자가 콘테스트를 열고 상금을 제시하면 라우드소싱의 디자이너 회원들이 작품을 제출한다. 의뢰자가 우승작을 선정하고 상금을 증정한 뒤 저작권 계약을 하면 우승한 디자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디자인 콘테스트 플랫폼이다. 모든 과정이 대면 없이 플랫폼 내에서 쭉쭉 진행된다. 대화가 필요하면 플랫폼에 제공하는 채팅 기능을 이용한다. 현재까지 약 2만4천여군데의 기업과 일반 의뢰자들이 라우드소싱을 이용했다.

 

콘테스트 개최가 가능한 분야는 LOGO / BI, NAMING / IDEA, PRODUCT / PACKAGE, PRINT, WEB / APP이다. 그리고 올해 5월 Naming 파트도 신설했다. Naming 콘테스트는 은근 인기가 좋다. 디자인 툴을 이용할 줄 모르더라도 언어적 감각만 있으면 상금에 도전해볼 수 있다.

2012년 1월 정식 서비스 론칭 후 지금까지 71억원이 넘는 우승 상금을 지급했다. 매년 지급하는 상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 중에는 여러 번 우승해 1억이 넘는 상금을 받은 디자이너도 몇 분이 있다. 상금으로 몇 천만 원을 받은 디자이너는 상당히 많다. 라우드소싱이 성장하는 비결이 혹시 빵빵한 상금 덕은 아닌지 물어보았다.

Q. 매년 지급하는 상금도 늘어나고 있고, 우승 상금이 꽤 높은 콘테스트도 많이 있는 것 같다. 처음부터 디자이너의 추가적인 수입을 위한 서비스로 설계했나?

A. 처음에는 디자인이 필요하지만 디자이너를 채용하기는 힘든 소상공인들에게 뛰어난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려고 시작했다. 실제로 초창기에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소기업들이 2~30만원 정도의 소규모 상금을 걸고 공모전을 할 수 있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다. 그런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디자이너 회원도 많이 모집되어 이제는 한달에 300개 이상의 콘테스트가 개최되고, 대기업 등에서 상금 1,000만원대가 넘는 건들도 상당수 개최되고 있다. 뛰어난 디자이너분들의 능력이 더 많이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Q. 좋은 의도로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 것 같나?

A. 우승작 선정에서 공정성을 유지하는 점이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우승작을 뽑을 때 오직 디자인만을 보고 결정한다. 출신학교, 전공, 소속, 경력, 성별, 외모 등은 알 수도 없다. 현재 출품한 디자이너의 아이디가 노출되는데, 아이디를 클릭하면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를 볼 수 있다. 이런 정보도 우승작을 선정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콘테스트에 참가한 디자이너의 아이디도 앞으로는 노출하지 않기로 했다. 진짜 스펙불문 플랫폼이다.

공정함에 대해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기잖아요,
앞으로도 이러한 우리 정체성을 지켜나가겠습니다

김승환 대표는 라우드소싱에는 정말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계신 것 같다(?)고 했다. 본인도 아이디로만 회원을 만나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사람들이 활동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최근에 파악해본 바로는 우승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 중에 환갑이 넘으신 디자이너,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디자이너, 학생, 군인 등도 있다고 했다. 활발히 활동하는 회원들은 현재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 중이 디자이너 그리고 기업에 소속된 디자이너 순이라고 한다.

 

라우드소싱에서는 콘테스트 방식 외에 1:1 프로젝트 의뢰를 통해서도 디자인을 맡길 수도 있다. 기존에 유명 디자이너나 대형 디자인 에이전시에서만 수주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도 라우드소싱에서 개인의 포트폴리오와 우승 경력을 기반으로 작업할 기회가 주어진다. 의뢰자 입장에서도 에이전시를 거치지 않고 검증된 디자이너들과 직접적으로 작업할 수 있어 유용하다. 중간에서 벌어지는 혹시 모를 분쟁에 대해서는 라우드소싱에서 중재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 명 한 명의 디자이너가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고 있다.


보람 중의 하나는 우수한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Q. 해외에서도 의뢰가 들어온다고 들었다.

A. 한국 디자이너의 실력은 세계적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쉽게 이어 줄 통로가 없었다. 라우드소싱은 영문, 중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어 이를 통해 해외에서도 의뢰가 들어온다. 중국 5대 볼펜 제조사 Feida Pen Company는 이미 두 번이나 라우드소싱에서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글로벌 주류회사인 바카디 본사에서도 라우드소싱을 통해 탄생한 패키지 디자인에 찬사를 보냈다. 제주워터 바틀 디자인 콘테스트에는 심사위원으로 피터 잭(Peter Zec) 레드닷 회장이 참여하기도 했다. 앞으로 좀 더 해외 프로젝트를 연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라우드소싱은 좋은 디자인이 우리 사회나 개개인의 일상에 많이 퍼져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콘테스트를 통해 우승한 디자인들이 실제 활용되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이삭 토스트 로고디자인, 아이러브베이스볼, 올댓뮤직, 구르미그린달빛 등 방송 프로그램의 로고 등이 라우드소싱 콘테스트르를 거친 우승작이다. 장수돌침대의 장수헬스케어 BI, 인천국제공항 공사와 국립박물관의 포스터 디자인 역시 라우드소싱에서 탄생했다.


작년에 진행된 ‘오일 패키지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작품은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선정하는 ‘굿디자인(GOOD DESIGN)’에 뽑히기도 했다. 상업적으로 가치 있으면서도 아름다움을 갖춘 디자인들이 많이 탄생해 이러한 디자인을 보며, 신생 디자이너들이 배우고 또 다른 디자인을 배출해내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꽤 퀄리티 있는 뉴스레터를 보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라우드소싱 뉴스레터, 매거진, 블로그 콘텐츠들은 직원들이 한땀한땀 자료조사하고 직접 쓴다고 한다. 그리고 라우드소싱 회원이라면 누구나 받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디자인 중개상으로 남지 않고 디자인 발전과 디자이너의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디자이너가 뽑은 디자인 어워드’라는 컨셉으로 연말 행사를 준비했다. 지금까지 디자인 어워드가 몇몇 심사위원의 주관적 견해로 수상작이 결정되었다면, 2019 라우드 어워드는 각 카테고리 별로 후보작을 추려 10만명의 디자이너들이 직접 투표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동료 디자이너로부터 인정을 받는 새로운 형식의 어워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달 20일까지 투표(https://www.loud.kr/contest/award)가 진행되고 있으니 디자이너라면 의미 있는 어워드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겠다. 

김승환 대표는 요즘 라우드소싱이 더 나은 플랫폼으로 어떻게 도약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디자인 분야는 어워드를 진행할 정도로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내년에는 영상 편집, 광고 영상 등으로도 서비스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뛰어난 국내 디자이너들을 외국의 좋은 프로젝트들과 더 자주 연결해드려야 하는데요”

그러면서도 요즘 머리 속에 자꾸 떠오르는 것은 최근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한 디자이너의 이야기란다.

“최근에는 우연히 슬럼프를 겪던 디자이너 한 분이 라우드소싱에서 취미 삼아 도전한 콘테스트에 두 차례 우승을 하고 활력을 찾았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너무 감사했고, 라우드소싱이 계속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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