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이름 부르고, 파티션 없애면 혁신인가?…실질적인 혁신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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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리포트] 이지완 기자 = 

오피스에 반려견 출입을 허락하고, 푸스볼 테이블(테이블 축구)을 설치하고, 공짜 맥주를 제공해야 혁신이 나오는 줄 착각하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실제 스타트업은 극단적으로 힘들고 고된 환경에서 시작한다

게리 피사노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국내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그는 동화 같은 혁신 조건들에 비판적인 견해를 던졌다. 편안한 업무환경, 자유롭고 수평적 조직문화가 긍정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이끌어낸다는 건 일부 사실일지 모른다. 그러나 성공엔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 본질은 다른 데 있다.

비즈리포트는 피사노 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등 각종 경영 저널과 언론 기고 등을 통해서 밝혔던 스타트업 문화와 관련된 발언 내용 등을 종합했다. 그의 발언에서 독특한 점이라면, 기존 스타트업 문화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져왔던 창의적인 문화, 자율적인 조직환경 등에 대한 환상을 벗겨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기업문화는 하나의 접근법이자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일종의 셋팅일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해법일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의 핵심가치는 결국 수익 창출에 있다. 그의 발언이 가진 핵심 메시지다.

“결정권자는 필요하다” 수평적 조직에 필요한 강한 리더십

피사노 교수는 수평적 조직일수록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계급 없는 기업 구조가 리더십 부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수평적 구조일수록 수직적 조직 구조보다 혼란이 생기기 쉬워 강력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평적 조직 구조가 혁신의 중요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맞다. ‘자유로운 소통’ 속에서 가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다. 분명 수직적 조직구조보다 수평적 조직구조는 더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유로운 소통’은 자칫 ‘잡담’ 수준에 그칠 수 있다. 결국 자유로운 소통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통의 목적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아무런 생산성이 없을 수도 있다면, 이러한 잡담은 오히려 생산성에 저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잡담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것은 생산성이다. 자율적인 조직 문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기업으로서의 활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교훈이다. 팀웜들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수많은 대화를 나눠도 결과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시간 낭비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요지다.

실패를 용인하더라도…무능력은 질타하라

실패가 두려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실패는 성공의 발판이라며 안일하게 용인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피사노 교수는 ‘실패를 찬양하라’라는 말은 실패 이후 결과물이 성공으로 이어질 때 용인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패 이후 무엇이 문제였는가, 다시 되짚어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배울 수 있는 있는 실패였는지, 무능력 때문에 발생한 실패였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혁신기업에서는 편안한 업무 환경을 제공하고 개인의 자유도를 높게 주는 동시에 개인에 대한 냉철한 평가도 이뤄진다. 개인의 무능력은 조직의 무능력으로 나아가고, 결국 회사의 무능력과 맞닿아있다.

환경적으로는 유연하지만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체계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개인이 계속해서 경각심을 느끼고 발전해야만 회사도 성장한다. 실수, 게으름, 방만으로 인한 실패는 용인할 수 있는 실패가 아니다. 무능력과 실패는 엄연히 다르다. 

“열정보단 계획과 책임” 새로운 시도를 완성하기 위한 전제조건

계획 없고 열정뿐인 시도는 혁신이라고 볼 수 없다. 수많은 성공신화들을 보면 ‘모두가 NO라고 외쳐도 돌진해라’라고 얘기하지만, 매일 실패하는데도 돌진만 할 수는 없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전에는 명확한 데이터 토대 위에서 체계적인 계획과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시도하다가 계획과 어긋나고, 실패가 예상된다면 빠르게 포기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만약 모든 데이터가 불안하고, 분석이 명확치 않은데도 시도를 하고 싶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실패 이후에 어떻게 감당해낼 것인지 준비를 해야 한다. 스타트업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져온 실패 용인 문화가 잘못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게 피사노 교수의 우려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경험에서 어떤 것을 추릴지를 회사는 정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직된 계획과 책임의 조건들 때문에 혁신적인 시도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과 회사는 학부 시절의 과제 같은 것이 아니다. 실패하고 다시 해보기엔 많은 손실이 뒤따른다. 올가미같이 느껴지는 계획과 책임은 기업이 혁신을 시도할 때의 최후의 방어선이다.  실패에 대한 용인 문화가 이러한 계획이 없어도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알리바이로 작동하지 않도록 경영자는 점검하고 또 점검해야 한다.

피사노 교수는 말한다. 혁신을 위한 동화 같은 조건들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수평적 조직문화에서 나오는 자유로운 의견 공유, 실패에 대한 관대함, 직원들의 정신적 만족도는 모두 필요한 요소들이다. 차갑게 굳어 있는 몸보다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몸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을 위한 요소가 갖춰져 있다고 당연하게 혁신이 따라오지 않는다. 각각의 요소들 사이사이에 숨겨져 있는 맹점들을 파악하고, 정반대에 놓여있는 진실을 마주해야한다. 자유로운 의견 공유와 함께 명확한 결단력이 있어야 하고, 실패를 용인하기 전에 무능력을 경계해야한다.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문화를 뜻하는 여러 용어나 개념들이 어쩌면 무능을 위장하기 위한 단어일 수도 있다는 게 피사노 교수의 경고이자 우려다.  경영자라면 자유로운 소통과 실패에 대한 용인 등을 무능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목적에 대한 셋팅과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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