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vs 기자> 日 무역분쟁 “문재인 탓” vs. “도쿄가서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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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정부는 문제 없다고? 文 잘못 있다"

이명섭 기자 biz-post@naver.com=문재인 대통령은 처음부터 지지율 결집을 목표로, 혹은 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려는 목표로 집권 초기부터 반일감정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사실상 한일관계가 파탄에 이르기까지, 일본 측에서 단교를 먼저 언급할 정도로 감정이 상한 상황에서 문제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일본 측의 입장을 전달할 만한 외교 통로가 없다는 토로를 일본의 온건파들이 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일본의 수출 중단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부랴부랴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은 정부의 무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만한 예상이나 각오도 없이, 전략도 없이 반일 일변도로 나섰단 말인가.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나 내놓는다. 기업에겐 우리 산업 체질을 바꿀 테니 버텨달라는 메세지를 내보낸다. 어느 천년에 산업체질을 바꾼단 말인가. 무능함이 처참한 수준이다. 

현 정부는 반일의 명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식민지배를 받은 우리에게 도덕적 명분이 있다는 것일 터. 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도덕은 도덕대로 세우고 경제는 경제대로 살려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두 가지는 반드시 함께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하나를 위해서 하나를 포기할 순 없다. 옳은 일을 할 때에도 세심한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애초에 졸속으로 치러진 전 정권의 위안부 합의부터 문제였다는 데 동의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일인 만큼, 이후의 후속조치들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 문제 등은 최소한 ‘속도조절’이라도 하면서 관계를 조율했어야 했다. 아니면 최소한 일본 정치권에서 단교를 거론할 때에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상정했어야 한다.


그러나 설마 일본이 경제까지 건들이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불렀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전자기업들이 한국기업에 추월당할 때에도 무역규제 카드를 꺼내지 않았던 일본이라는 점에서 경제 제재는 생각치도 못했던 게 아닌가. 역설적으로 오히려 일본을 과하게 믿는 쪽은 현 정부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데, 그 이후의 대응은 더 처참한 수준이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까지 소환했다. 12일 민생투어로 전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킨 이순신 장군이라는 말을 꺼내면서다. 불필요하게 일본을 자극하는 말이지만 딱 현 정권 스타일이다. 일본과의 무역마찰을 원만하게 푸는 것보다 당장 국내 여론부터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말할 때마다 피해액수가 적힌 견적서가 나온다. 

한일 외교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아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빌미를 너무 쉽게 준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한일 양국 정치인들은 양국의 불화를 통해서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지는 공생관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외국과의 무역 마찰이 예상되거나 심해질 때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갈등을 원만하게 풀어내고, 관계 복원에 힘써야 한다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상대가 일본이어도? 당연히 그렇다. 원칙이 변해선 안 된다. 

◆ 일본의 정치적 의도 명백... 식민피해 배상 요구는 정당

김용후 기자 bizreport@naver.com=한국 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지적할 순 있다. 그러나 이번 무역 분쟁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정치적 의도가 명백한 사안인 만큼, 우리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시각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국론을 분열하면서 저들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것일수도 있다.
 

일본이 왜 이때 한국 핵심산업에 대한 소재 분야 수출 규제에 나섰는지를 살펴봤으면 한다. 전범기업에 대한 배상 문제 등이 대법원 판결 등으로 불거진지 8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통상 제재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들은 저들대로 시기를 골랐다는 의미다. 

많은 전문가들이 오는 21일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우익층을 결집하려는 아베 정권의 속내가 훤하다고 지적한다. 이전에도 국제 관계를 자국 정치나 선거에 이용하려는 행태는 수없이 많이 봐온 패턴이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도덕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다는 주장을 반복해오고 있다. 이러한 불만이 수출 제재에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각을 가진 한국인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다. 졸속으로 이뤄진 합의에 대해선 다시 합리적으로 재조정하자는 입장일 뿐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건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점에 있어, 일본 정부 측의 전향적이고, 제국주의에 대한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떳떳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요구가 가진 의미를 보다 깊게 고민해야 하는 쪽은 일본 정부다. 제대로 된 견적서를 받아들어야 하는 쪽은 일본이라는 뜻이다. 일본 측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해결해줄 것을 요구하는 국면에서 한국 정부를 탓하는 시각을 이해하기 어렵다. 갈등이 심화된 이 시점에 일본 정부와 기업에 한국인들의 정서와 생각을 확실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한일 통상 마찰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국이면서 소재 부품 연관산업을 키우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구조적 취약점이 한국 산업의 문제였고, 이는 언제 터져도 터질 수 있는 문제였다.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지속가능한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선, 또 한국 산업의 확장을 위해선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러모로 지금은 내부서 힘을 결집해야 하는 시기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도쿄인지 서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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