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경진대회를 대하는 자세…대회는 대회일 뿐이다

[비즈리포트] 조성주 KAIST 경영대학 교수 sungjucho@business.kaist.ac.kr

저희는 작년 OO 창업 경진대회에서 OO상을 받은 팀입니다.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자신들의 사업 계획을 공식적인 대회에서 인정받았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사업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마저 날려버린 듯하다.

 

창업 분위기를 조성하고 성장가능성있는 사업 아이디어들을 발굴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서 창업경진대회 같은 것을 개최하고 있다. 취지는 좋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를 선발하고, 선발된 수상자들을 지원함으로서 창업에 대한 관심 증대와 성공적인 창업을 돕겠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도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알릴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인지 확인하는 기회가 되며, 잘만 되면 상과 상금도 받을 수 있다.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 

 

다만, 경진대회 수상이 사업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자.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심사위원들이 참가 스타트업의 대상 고객이 아닌 경우가 많다.

 

20~30대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있는데, 심사위원 대부분이 40대 남성이라면 어떻게 될까? 발표를 잘해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하자. 그러나 과연 시장에서도 그런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어느 대학에서 개최한 대회에서 20대 여성을 대상으로하는 서비스를 피칭한 팀이 있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서비스였고 그럴 듯해 보였다. 무엇보다 준비를 많이했다는 느낌을 주었고 스토리텔링도 잘 해 냈다. 다만 심사위원은 모두 40대 중후반 남성들이었는데, 그 팀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며칠 후 어느 모임에서 20대 여성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어 그 사업 아이디어를 화제에 올렸다. 반응은 이랬다. “호호호, 그런 걸 누가…”

둘째, 수상자는 평가 점수 순으로 선정된다. 

 

대회의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때때로 사업성이 낮아 보이는 사업계획이 많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심사 위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평가표에 맞추어 점수를 매기는 것이고, 주최측은 점수를 취합하여 순서에 따라 준비된 상을 준다. 수상자 가운데는 단지 점수가 높기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진짜 사업성이 있어서라기보다 상대적으로 점수가 높은 경우다. 

 

몇 년 전 어느 구청에서 개최한 대회였는데, 상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참 민망한 상황이 연출된 적이 있었다. 1등은 구청장상, 2등은 해당 구에 위치한 대학총장상이었다.

셋째, 사업 아이디어는 사업을 시작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다. 

실제 사업은 아이디어 자체보다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이 있다. 함께 할 팀원을 모으고, 현금 흐름을 관리하며, 목표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판매에 나서야 한다. 최초의 아이디어가 변하지 않고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객 관점에서 유연하게 생각하고 제대로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초기 기업 투자자들이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는 말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젊은 세대를 열광시킨 서태지와 아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전문가들은 70점대의 낮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면서 말했다. 멜로디가 약하고 음악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 다음날부터 대중은 열광했다. 전문가는 전문가이고, 고객은 고객일 뿐이다.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고 목에 힘주지 말고, 괜한 자신감에 사로잡히지 말자. 수상하지 못했다고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상은 받으면 좋지만 사업의 승패는 고객에 달려있다. 고객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상은 고객으로부터 대상을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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